사자는 온돌에 눕고 홍학 떼는 난로 쬐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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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열대 동물들을 겨울에도 야외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과천 서울동물원은 사육장에 열선을 깔고 열등도 설치해 동물들이 야외에서도 따뜻하게 쉴 수 있도록 했다. 열선이 깔린 돌 위에 누워 쉬고 있는 사자, 열등 밑에서 온기를 쬐고 있는 홍학과 오랑우탄의 모습(왼쪽부터). [김태성 기자]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 등지에서 온 열대 동물을 올겨울 야외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온돌 침대’와 ‘전기 히터’가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동물원은 6일 오랑우탄·고릴라·사자 등 열대 동물들이 야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난방 시설을 완비했다고 밝혔다.

난방 시설 덕을 가장 톡톡히 보는 동물은 미어캣. 야외 사육장의 바닥과 천장에 열선을 깔았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애교를 떨어 동물원 인기 1위를 누렸던 미어캣이 겨울철에도 인기 관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흰 너구리를 연상케 하는 미어캣은 사막이 고향이다. 단체 생활을 하면서 보초를 서 ‘사막의 파수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철새인 홍학은 동물원에서 가장 추위를 많이 타 10월 중순이면 내실로 들어가곤 했다. 방사장에 열등이 달리면서 80여 마리의 홍학이 한겨울에도 야외 군무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서울대공원 강형욱 홍보팀장은 “겨울에 야외에서 햇볕을 많이 쬔 홍학은 다음해 털색이 훨씬 짙고 선명해진다”고 설명했다.

사자에겐 따뜻한 ‘온돌 침대’가 생겼다. 방사장에 들어선 5개의 온돌 바위는 섭씨 28도 정도로 눈이 오면 눈이 녹으면서 김이 나 온천을 연상케 한다고 동물원은 전했다. 오랑우탄·고릴라 등 추위에 민감한 유인원들은 따뜻한 새 집이 생겼다. ‘신유인원관’은 지열을 이용해 전체 건물을 난방하고 있다. 지하 200m 아래의 열기를 끌어내 난방함으로써 난방비를 같은 규모 건물보다 4분의 1가량 절약하고 있다. 강 팀장은 “ 동물들이 겨우내 내실에 갇혀 있으면 살이 찌기 쉬운데 야외에서 활동하면서 비만·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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