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방목 문화가 두산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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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박용현(사진) 두산그룹 회장은 중국과 베트남을 글로벌 전략의 양 축으로 삼을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중국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굴착기 시장을 중심으로 건설기계 사업을 확장하고, 베트남에서는 두산중공업의 해외 생산기지인 ‘두산비나’를 활용해 동남아·중동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두산그룹이 2020년에는 세계 200대 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금융위기 탓에 실적이 생각만큼 좋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말을 100 정도의 위기상황이었다고 본다면 지금은 위험수치가 50 이하로 내려왔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23조원)보다 다소 저조한 22조원, 영업이익은 7500억원 정도 될 것이다. 내년에는 24조원 매출에 1조5000억원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두바이 쇼크’ 등 국제적으로 금융환경이 아직 불안한데.

“두산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시각이 있다. 내년 경영환경을 예상하면 그룹 지주회사 차원에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100원 정도로 보고 있다.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이미 안정된 유동성의 유지다. 두산은 현재 2조6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연말까지 3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할 여력이 생긴 것 아닌가.

“그룹 차원에서 20명의 전문가가 항상 M&A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가치가 있고 그룹 차원에서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대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따지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기업들 중 M&A 고려 대상은 없다.”

-어떤 조직문화를 선호하나.

“권위적인 게 가장 싫다. 수행비서도 그동안 데리고 다니지 않다가 요즘 주위에서 너무 권유해 한 명 뒀다. 자율성을 강조하고 일선에 권한을 최대한 위임한다. 이를 두고 ‘두산은 방목할 정도로 자유롭다’고 하는데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두산에는 톱 경영진의 생각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 생각이 많이 나올 수 있다.”

-내년 채용 계획과 선호하는 인재는.

“내년에도 올해 수준(대졸 신입사원 800명)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신 학교나 학점 등은 따지지 않고 조직에 잘 융합할 수 있는지, 업무 수행 능력이 우수한지 볼 것이다.”

-현재 그룹의 의사 결정은 어떻게 하나.

“물론 형님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등 집안 형제와 조카의 조언도 듣는다. 하지만 투명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사주 집안에서 결정했다고 이사회에서 모든 걸 받아들이는 시대는 지났다.”

옌타이(중국)=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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