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신제품 발표도 한국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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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미국의 전자기기 장비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지난 2월 서울과 미국 뉴욕에서 동시에 연 디지털신호처리기(DSP)의 출시 기념식을 '일부러' 한국시간(오전 11시)에 맞춰 개최했다.

당연히 시간차 때문에 뉴욕 행사는 현지시간으로 늦은 밤인 오후 9시에 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톰 엔지버스 회장은 행사장에 직접 나와 끝까지 주관하는 열의를 보였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비중을 어느 때보다 부쩍 높이고 있다.

국내 생산기지의 위상을 상향 조정하는가 하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제품을 개발.출시하는 등 '한국 중시'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

아예 한국형 제품을 따로 선보이는 외국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 이후 한국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데다 동아시아 지역 내 생산 및 판매기지로서의 역할과 위상도 전에 없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렌즈생산 메이커인 바슈롬 코리아의 충북 음성 공장은 지난 2월 아일랜드와 스페인.브라질 등 여타 지역의 해외 생산기지들을 제치고 바슈롬의 글로벌 통합기지로 선정됐다.

그동안 주로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제품을 생산해온 음성공장은 이 달부터 '글로벌 공장' 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기 위해 현재 인원.생산 라인 보강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창원 공장이 아시아 최대의 생산기지인 '클라크 머터리얼핸들링 컴퍼니' 역시 올해 안에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모델을 한국에서 개발, 생산하기로 했다.

클라크 관계자는 "한국 생산기지의 생산성이 세계 최고인데다 부품업체 등 관련 협력사들의 수준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신제품 개발 기지로 정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미국계 건강 식품 메이커인 파마넥스도 이례적으로 제일 먼저 한국에서 다이어트 신제품인 '바디 디자인 시스템' 을 선보인 뒤 미국.일본에 차례로 출시했다.

소니코리아는 평면TV인 '베가 ES' 를 내놓으면서 한국형 음성다중 스테레오, 한글 리모콘을 채용하는 등 한국시장에 맞게 설계된 제품을 따로 선보이기도 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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