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in 마켓 삼성그룹주 펀드] 적립식 vs 밸류인덱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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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새로운 경쟁 구도=삼성그룹주 펀드 시장의 전통의 강자는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 삼성그룹적립식’(이하 적립식)이다. 그런데 올 5월 삼성투신이 ‘삼성 당신을 위한 삼성그룹밸류인덱스’(이하 밸류인덱스)를 내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펀드의 연륜이나 설정액 규모로 보면 ‘적립식’이 단연 앞선다. 2004년 등장한 ‘원조’ 상품으로 설정액(A형)은 2조8004억원에 달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물론 1~3년의 중장기 수익률도 우수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적립식’의 2년, 3년 수익률은 각각 6,2%, 48.35%로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13.73%, 23.25%)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신예’의 돌풍도 만만치 않다. 펀드 환매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밸류인덱스’로는 자금이 빠르게 몰리며 설정액이 2185억원에 이르렀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적립식’에서는 408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단일 펀드로는 최대다. 펀드의 규모가 크고 수익률 회복이 빨랐던 만큼 환매도 많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 기간에 ‘밸류인덱스’(A)로는 785억원이 유입됐다. 전체 주식형 펀드 중 둘째로 돈이 많이 들어왔다.

◆액티브 대 인덱스=두 펀드의 가장 큰 차이는 운용 방식에 있다. ‘적립식’이 종목 구성이나 비중 조절에서 펀드 매니저의 판단이 중시되는 액티브형인 반면, 삼성그룹밸류인덱스는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형이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팀장은 “적립식이 운용의 재량이 커 초과수익을 노리기 유리하다면, 밸류인덱스는 삼성그룹의 성과를 충실히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펀드 성격은 다르지만 다소 보수적이라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한국투신운용 백재열 주식운용1팀장은 “투자 종목의 등급이나 비중을 조정할 때는 리서치팀원 11명과 본부장이 회의를 열어 합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또 ‘밸류인덱스’는 인덱스형이지만 시가 총액이 아닌 순자산·매출액·현금흐름·배당금 등을 고려해 만들어진 지수를 따라간다. 삼성투신운용 이천주 매니저는 “시가총액을 따라갈 경우 주가가 급등해 고평가된 종목의 비중이 커지는 단점이 있다”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낮더라도 저평가된 종목의 비중을 높이고, 고평가된 종목의 비중을 낮추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9월 초 기준으로 상위 보유 종목을 보면 두 펀드 간에 큰 차이는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투자 대상이 20개 내외에 그치는 영향이 크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경우 50~60개 종목을 담는 게 보통이다. 삼성전자의 비중도 10~12%로 엇비슷하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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