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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두바이 르포 4신] 포클레인 멈췄어도 쇼핑몰은 불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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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일 밤 두바이 최대 쇼핑몰인 ‘두바이몰’의 모습. 자정까지 문을 여는 이 쇼핑몰은 관광객들로 밤 늦게까지 북적인다. [두바이=한애란 기자]


“두바이엔 모든 게 다 있어요.”

1일 밤 두바이의 쇼핑센터 ‘에미리트몰’에서 만난 노라 아르샤지(24·여)는 검은 천 밖으로 나온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다른 토후국 아즈만에 사는 그는 가족과 두바이에 놀러왔다.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든 그는 아이들과 ‘스키 두바이’로 향하던 중이었다. 인공 실내 스키장인 스키두바이 안에선 중동 관광객들이 두꺼운 점퍼를 껴입고 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자정까지 활력이 넘치는 쇼핑센터는 여전히 두바이를 대표하는 모습이다. 유명 브랜드와 세계 각국의 음식점,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은 이곳이 중동이라는 점을 잊게 한다.

두바이월드의 채무유예라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도 ‘중동의 허브’로서의 두바이 입지가 흔들리는 조짐은 찾을 수 없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건설공사가 곳곳에 중단됐지만 두바이는 여전히 중동의 관광·물류 중심지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30년 동안 다져온 탄탄한 인프라의 힘이 위기 때 확인된 것이다. 이날 모처럼 국제금융시장에서 좋은 소식도 들렸다. 두바이 국채의 부도 위험을 알려주는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수수료)이 113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30년 전 진주잡이로 살아가던 두바이를 현재 모습으로 키운 중심엔 물류가 있다. 두바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셰이크자이드 길을 타고 서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거대한 물류창고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다. GM·도요타·DHL·다임러…. 3000여 개 글로벌 기업의 초대형 창고가 모여 있는 이곳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인공항인 제벨알리 항구다. 이곳을 통해 중동, 인도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연결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인근 중동 국가에 자재를 보내기 위해선 중동의 허브 항구 역할을 하는 제벨알리 항구를 이용해야 한다”며 “두바이에서 진행 중인 건설공사가 없지만 두바이를 떠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동의 관문, 두바이 국제공항 역시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밤낮없이 분주하다. 항공 경기가 시들했던 올해지만 두바이공항의 이용객은 오히려 늘어났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요건과 에미레이트항공이라는 세계적인 항공사가 결합된 덕분이다.

무엇보다 두바이를 두바이답게 만드는 건 외국인과 외국 문화에 개방된 문화다. 해변엔 검은 천의 아바야를 입은 중동 여성과 비키니 차림의 유럽인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호텔 바에 가면 아바야를 벗어버리고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을 한 중동 여성들이 술을 마시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중동의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수단에서 온 검은 피부의 경찰과 필리핀 출신의 보모, 파키스탄인 택시기사가 자연스러운 게 두바이다. 교회 등 신앙생활의 자유도 보장된다.

이러한 두바이가 가진 중동 허브의 자리를 넘보는 도시가 있다. 같은 UAE에 있는 아부다비다.

두바이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아부다비의 외곽 지역은 곳곳이 공사판이다. 호텔·아파트·비즈니스센터의 건설현장은 밤에도 불이 훤했다. 이미 아부다비는 제벨알리에 버금가는 거대한 물류 중심지를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칼리파 항구를 짓고 있다. 게다가 사디야트 섬엔 구겐하임과 루브르 박물관 분관을 들여오기로 하고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동의 새로운 물류·관광 허브가 되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시동을 건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돈줄이 마른 두바이와 달리 막대한 오일 머니를 쌓아놓은 게 그 기반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아부다비지사의 조병훈 차장은 “부유한 아부다비는 금융위기를 기회 삼아 치고 나가고 있다” 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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