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고문 부부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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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두 아들을 유학보내고 함께 살던 대기업 고문 부부가 피살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4일 오전 10시50분쯤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하이츠 103동 ㈜효성무역PG 고문 문도상(文道祥.65)씨 집 안방 화장실에서 文씨와 부인 천시자(千詩子.57)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4일 오전 1시쯤 文씨 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는 이웃 사람들의 진술에 따라 이날 새벽 이들 부부가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 발견 현장〓文씨 부부를 처음 발견한 千씨의 대학 동창생들은 "이날 오전 10시 남산 S클럽에서 千씨를 만나기로 했는데 나오지 않아 집으로 찾아왔는데 현관문이 열려 있는 데다 인기척도 없고 작은 방에 피묻은 칼이 떨어져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 고 말했다.

文씨 부부는 발견 당시 32평 아파트의 안방에 딸린 0.5평 크기의 화장실에서 목을 흉기로 수차례씩 찔려 숨진 채 이불이 씌워져 발견됐다. 화장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으며 피해자들은 셔츠와 청바지 등 평상복 차림이었다.

감식 결과 文씨 부부의 머리에도 둔기로 얻어맞은 상처가 10군데씩 나 있었고 범인에 반항한 흔적인 듯 文씨의 오른쪽 손바닥에 흉기에 베인 상처가 발견됐다.

안방에는 두 사람의 화투패가 놓인 화투판이 펼쳐져 있었으며 작은 방 장롱과 화장대 서랍이 열린 채 옷가지들이 방바닥에 흐트러져 있었다.

◇ 수사〓경찰은 文씨가 전날인 3일 오후 6시쯤 평소처럼 퇴근한 뒤 귀가했다는 운전기사 李모(50)씨의 말에 따라 이날 밤이나 4일 새벽 사이 범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창문이나 현관문 등에 침입한 흔적이 없고 ▶현재까지 도난당한 물품이 없으며 ▶거실 탁자 위에 절반 이상 마시다 남긴 커피잔이 놓여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일단 면식범이 범행 후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옷가지 등을 방바닥에 흩어놓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文씨 부부가 주변에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단순 강도의 우발적인 범행일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文씨의 작은 방에서 발견된 피묻은 흉기에 범인의 지문이 남아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아파트 현관 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아파트 출입자에 대한 신원을 조사하고 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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