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현장을 간다] 무소속 후보들, 열세 만회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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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남 마산 합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석태 후보는 지난달 31일 오전에야 선거 사무실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무소속 출마자들이 모두 등록한 뒤에 기호를 배정받아 등록 전부터 기호가 결정된 정당 후보들보다 2~3일을 손해본 것이다. 홍보물도 선관위 제출 기한인 1일에 맞춰 야간작업을 하다보니 비용이 세배나 들었다.

무소속 후보들이 정당 후보들에 비해 불리한 선거법상 제한과 자금.조직의 열세 속에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다.

진주 무소속 김재천 후보는 후보 연설회를 하지 않고 거리 유세만 하기로 했다. 정당 후보들과 달리 청중을 동원하고 연설원을 지원키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읍.면.동별 조직책들과의 회의도 사무실에서 한다.

정당 후보들은 '확대 당직자회의' 란 명목으로 읍.면.동을 돌아다니며 모임을 갖지만 자신은 조직이 없어 사무실에서 구수회의를 갖는다.

제주시에 출마한 34세의 공인회계사인 김용철 후보는 높이가 5m나 되는 크레인의 조종석에 올라 유세를 벌인다. 선거법에 묶여 사전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해 인지도가 낮은 점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김후보는 "현행 선거법은 정당 후보들은 풀어놓고 무소속은 철저히 옭아매 신인의 정계 진출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춘천의 이용범 후보는 젊은 패기와 참신성을 무기로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중앙당의 '실탄' 지원이 없는 데다 경제 사정도 넉넉지 않아 자금난을 겪고 있다.

선거운동원들에게 줄 법정비용조차 마련치 못해 자원봉사자 조직에 거의 의존하는 편이다.

무소속 후보들의 또다른 핸디캡은 정당처럼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지 못한 점이다.

호남대 교수인 영광-함평의 장현 후보는 자연마을까지 직접 찾아다니느라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강행군을 하고 있다. 수업이 없는 날 광주에서 원정오는 제자 1백여명과 평소 인연을 맺어둔 각종 단체 회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안동의 김명호 후보도 조직의 열세를 안동대 강사시절의 제자(1천여명)들의 자원봉사로 메우고 있다.

무소속 후보지만 지역적 특수성과 높은 인지도 등을 바탕으로 정당 후보 못지 않게 약진하는 후보도 적지 않다. 울산 동구의 정몽준 후보는 당선을 확신하며 득표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유권자 12만1천여명 중 현대그룹 계열사와 협력회사 가족이 60%가량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남구 강운태, 보성-화순 박주선 후보는 민주당 후보 못지 않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전해 선거결과가 주목된다. 이들은 경쟁 후보가 시민단체의 낙천운동 대상자로 선정된 덕분에 반사 이익까지 보고 있다.

강찬호.김현승.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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