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경찰공보 산증인' 장명환 경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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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막상 정들었던 사무실을 떠나려니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군요. "

지난 25년간 서울경찰청 공보계의 산 증인이었던 장명환(張銘煥.56)경위가 31일 명예퇴직한다. 사반세기를 경찰과 서울시민의 가교 역할에 헌신한 그이기에 현업을 떠나는 감회는 그 누구보다 남다르다.

1944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張경위는 공무원이 많던 집안 분위기를 따라 69년 경찰에 투신했다.

서대전경찰서에서 순경 생활을 시작한 뒤 75년 8월 서울시경 공보계에 근무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서울경찰청 '공보 지킴이' 로서 묵묵히 한우물만 파왔다.

"독자들이 언론 보도를 보고 고맙다는 전화를 걸어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는 張경위는 "80년대 격동의 시기에 시국치안을 담당해야 했던 경찰에 대해 비판적 시선이 쏟아질 때는 너무 힘들었다" 고 회상했다.

"제가 처음 공보를 맡을 때만 해도 사적인 인간관계로 거의 모든 업무가 해결됐었죠. 하지만 지금은 사실관계에 입각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주장만이 설득력을 갖는 사회가 됐습니다. "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근무태도에 인간관계 또한 원만해 '경무관급 張부장' 으로 통하는 그는 시경출입기자(일명 시경 캡)들로부터 높은 신망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張경위와 함께 했던 시경 캡만도 무려 2백50여명.

"앞으로는 먼저 시민들에게 경찰의 입장을 정확히 알리는 '앞선 공보행정' 이 필요하다" 고 지적한 張경위는 후배들에게 "경찰이라는 긍지를 갖고 근무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하되 일반 시민들에게는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친절을 생활화하라" 고 충고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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