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주화 도미노 우려…대만 정권교체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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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천수이볜(陳水扁)후보가 제10대 대만 총통에 당선되자 중국의 첫 반응은 '분노' 였다. 전국 대학에 걸쳐 "당장 통일전쟁에 나서자" 는 시위가 벌어졌다. 현장에서 '대만해방전 전사(戰士)' 로 자원하는 대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 지식인과 학생들은 또 다른 의미의 충격에 빠져 있다. 동포인 대만인들이 제 손으로 최고지도자를 뽑고, 패배한 쪽은 깨끗이 물러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최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지식인들은 대만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고 얘기했다.

중국내 반체제 인사 런완팅(任▶▶▶田+宛▶▶▶町)도 "직선제를 통한 대만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직선제를 향한 중국내 대장정이 시작됐다" 고 말했다.

홍콩의 양안(兩岸)전문가인 위진센(余錦賢)박사는 "대만 민주화를 배우자는 시각은 중국 공산당에는 심각한 도전" 이라고 해석했다.

余박사는 "중국공산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자오쯔양(趙紫陽)분리안' 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고 전했다. '자오쯔양 분리안' 이란 趙전총리가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당정(黨政)권력 분리안. 즉 정치국과 서기처, 중앙위원회와 정치국, 국무원 등 주요 권력기관의 권한을 적절하게 재분배하는 것이 골자였으나 1989년 천안문 사태 직후 趙가 실각하자 자동폐기됐었다.

또 다른 양안문제 전문가인 린싱정(林行正)박사는 홍콩 신보(新報)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아시아 전체에서 민주화의 전파가 진행 중이며, 그 최종 목적지는 중국" 이라고 진단했다.

즉 태국→필리핀→한국→인도네시아를 거쳐온 민주화 바람이 이제 대만까지 밀려들었고, 이 힘은 다시 대륙과 말레이시아로 넘쳐흐를 것이라는 진단이다.

30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공산당 선전부는 최근 핵심 수뇌부들이 모여 '국내외 정치문제를 올바로 처리하기 위한 전략' 을 숙의했다. 대만의 정권교체 여파로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올지 모를 민주화 요구와 동요에 대비하자는 목적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중화민족의 부흥은 공산주의 일당독재 아래서만 성취될 수 있음을 인민 대중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는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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