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겉으론 차분 … 유럽 은행들은 큰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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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선언이 나온 지 이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두바이는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분위기지만 금융사들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는 게 한국 주재원들의 전언이다. 채무상환유예 발표가 이슬람 연휴 전날 주식시장이 마감된 직후 나왔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아직 충격의 강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박창표 성원건설 두바이 지사장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내년 1월 4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버즈두바이에서 어제도 어김없이 축하쇼가 벌어질 정도로 현지는 차분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계 은행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입은행 조인규 차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바이 최고 통치자가 채무상환에 문제없다고 했는데 이번에 채무상환유예가 발표되자 금융 종사자들은 많이 놀랐다”며 “특히 유럽계 은행의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라대식 두바이사무소장은 “투자자들이 두바이월드의 채권발행 주간사를 자주 맡았던 영국계 스탠다드 차타드와 HSBC 등에 문의를 하지만 두바이월드 측이 답변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가장 큰 아부다비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하나은행 함헌평 두바이사무소장은 “아부다비가 전에도 두바이를 지원했는데 이번에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코리안리 박하석 두바이사무소장은 “아부다비와 두바이 왕가는 매우 가깝다”면서 “현지에서는 두바이가 아랍에미리트 항공의 지분을 아부다비에 넘기고 자금을 지원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도 정보망을 가동하고 있다. 두바이에서 국내 38개 건설사가 41건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주액 규모로는 56억 달러이고 시공잔액 기준으로는 약 29억 달러다. 대부분의 공사가 발주처로부터 돈을 받고, 공사를 진행하는 구조여서 큰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업체의 두바이지사장은 “아직 특별한 대비책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충격의 파장이 어느 정도 될지 가늠하지 못해 여러 채널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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