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리 교육 개혁 힘 받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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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인 미셸 리(40) 워싱턴DC 교육감이 지난 10월 부적합 교사 266명을 해고한 것과 관련한 소송에서 법원이 리 교육감의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DC 지방법원은 24일(현지시간) 리 교육감을 상대로 워싱턴 교원노조가 제기한 소송에서 “노조의 주장을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원노조는 리 교육감이 재정난을 이유로 나이 많은 교사들을 해고한 것은 단체협상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리 교육감은 업무 성과를 바탕으로 정당하게 해고한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법원 판결로 리 교육감이 추진하는 교육 개혁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워싱턴 포스트(WP)도 25일 사설에서 “이번 판결이 리 교육감에게 법적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리 교육감은 2007년 학업성적에서 미국 내 바닥을 기는 워싱턴DC 교육감으로 부임한 뒤 교육 개혁을 이끌었다. 우수한 교사에게 파격적인 상여금을 주고 무능한 교사를 교단에서 몰아냈다. 또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학교를 폐지하는 등 교직사회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워싱턴 지역 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최근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주목할 만한 젊은 지도자 3인을 선정했는데 그가 첫손에 꼽혔다. 소송이 진행 중이던 이달 중순 워싱턴DC 교육감 접견실에서 리 교육감을 만났다.

-교원노조와의 충돌이 부담스럽지 않나.

“많은 사람이 걱정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이 문제로 전혀 괴롭지 않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 주변 다른 사람들의 말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라’고 가르쳤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이 일을 아주 즐긴다.”

-교사 해고 기준이 뭔가.

“나는 교사노조나 시의회 등 나를 비판하는 사람에게 말한다. ‘수십 년 동안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내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뭐냐’고. 예산 부족으로 교사를 줄여야 했을 때 신참 교사들만 자르는 관행을 깼다. 오랫동안 근무했던 교사 일부에게 엉망이 된 공교육의 책임을 물었다. 워싱턴의 학업 성취도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올라갔다. ”

-업무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교육감의 임무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것이다. 학부모나 교사를 위하는 자리가 아니다.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자리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어른들이 싫어하든 불행해지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걸 명확하게 깨달았고, 거기에 맞춰 직무를 수행했다. 교육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교사 노조나 시 의회의 반발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왜 당신인가.

“워싱턴 지역의 공교육은 지난 25년간 악화일로였다. 시험을 치면 전체의 92%가 낙제였다. 누구나 이런 사실을 알았고, 누군가는 반드시 나서야 할 문제였다. 그러나 교사를 해고해야 하는 등 논쟁적인 일이라 누구도 나서길 꺼리고 머뭇거렸다. 그 일에 내가 나섰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사람들이 ‘아, 누군가가 이제 그 일을 하는 구나’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교육 개혁의 중대한 분수령이 됐다.”

-개혁 방식이 저돌적인데.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한 도시는 학생의 80%가 학력평가를 통과한다. 그곳에선 학업 수준을 점진적으로 올리면 된다. 그러나 8%의 아이들만 시험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10년, 20년을 기다려도 부족한 것 아닌가. 내가 학부모라면 그런 지역에 아이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워싱턴 공교육에 충격을 준 것이고, 저돌적인 방식을 택한 것이다. 나는 그 방식이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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