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타이거스전에서 3이닝 5실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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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새로 익힌 투구폼하고 체인지업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뜻한대로 잘 됐어요. "

"역시 투수판의 왼쪽을 밟고 던지니까 편하던데요. "

"오늘 제가 던져보려고 계획했던 것은 다 해보았어요. "

박찬호(27.LA 다저스)가 9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형편없는 투구내용을 선보이고도 여유만만이다.

지난 5일 뉴욕 메츠전에서 홈런을 맞아 패전투수가 되고도 느긋한 표정을 지어보일 때는 첫 등판이었던 만큼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두번째 등판에서도 3이닝 동안 3점홈런 포함, 6안타를 내주며 5실점했고 볼넷도 3개나 기록했다.그런데도 박은 예년과 다른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홈런을 맞은 투구도 "원하던 대로 아주 잘 던진 공" 이라고 했다. 마치 완투승이라도 거둔 듯 활기에 넘쳤다.

박은 이날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던 오렐 허샤이저가 오른발을 딛는 투수판 아래를 너무 깊이 파놓아 자신은 수렁에 빠지며 피칭을 했다는 농담을 했고 또 이날 저녁 다저스의 대선배이자 최근 박찬호의 피칭폼을 고쳐준 샌디 쿠팩스와의 저녁식사 약속을 말하면서 "혼 좀 나겠죠" 라며 씨익 웃어보였다.

박은 쿠팩스의 조언을 받아들여 투수판을 밟는 축족(軸足)을 왼쪽 끝으로 옮겼고 지난해 후반부터 왼손타자에게 주무기로 던지던 체인지업을 이날 10개나 던지며 시험했다.

"체인지업을 직구와 똑같은 팔동작으로 던져야 한다는 원칙에 점점 근접하고 있다" 며 여유를 보인 박은 오는 14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시범경기에 다시 선발로 등판한다.

과연 박찬호 자신의 말처럼 모든 게 잘 돼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수양 덕분에 감정을 감추고 절제할 수 있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진실은 본인만이 알겠지만 홈런 한개, 삼진 한개, 스트라이크 한개, 볼 한개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팬들은 박의 시범경기 성적에 가슴이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베로비치〓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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