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휴대폰 문화] 5.끝 전문가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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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가입자 2천4백만명으로 국민 2명당 1대 꼴로 보급된 휴대폰.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휴대폰 가입자수에 비해 아직 휴대폰 문화가 정착되지 못해 휴대폰 소음 스트레스와 교통사고 유발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앙일보가 지난달 28일부터 네차례에 걸쳐 연재한 '바꿔! 휴대폰 文化' 시리즈는 독자들의 큰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연재를 마치며 올바른 휴대폰 문화의 정착을 위해 정부.사업자.시민단체 등 관련 전문가 3명이 참석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

▶이지주 정보통신부 통신기획과장

▶조신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

▶허억 인천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사업실장

-휴대폰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부작용이 많은데요,관계 부처인 정보통신부 입장부터 들어보지요.

▷이기주=최근 몇 년 새 휴대폰 가입자는 매년 50%이상씩 늘어왔습니다.이중 상당수가 청소년들입니다.공공장소에서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습니다.하지만 휴대폰이 너무 빨리 퍼지면서 생겨난 일시적 현상 아닌가 생각합니다.

▷허억=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공공기관에서의 무절제한 사용,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운전 중 통화,과도한 통신비의 부담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지요.

요즘 초등학생도 사달라고 조를 정도죠.그래서 부모들이 가장 싫어하는 광고가 휴대폰 광고라고 하더군요.휴대폰 문제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이죠.그 작은 실천을 못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조신=휴대폰 문제는 한국사회가 압축 성장하면서 나타난 문제점과 비슷합니다.자동차 문화만 봐도 외국은 1백년간 사용자가 서서히 늘면서 동시에 에티켓도 생겼죠.

휴대폰 보급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이루어졌더라면 부작용이 덜했을 텐데 폭발적으로 늘다 보니 안전이나 예절 문제가 제기된 것이죠.

-부작용이 많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휴대폰 사용에 법적 규제가 있어야 할까요.

▷허=운전 중 휴대폰 규제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그 위험성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주의력이 떨어지고 브레이크 밟는 시간이 늦어져 혈중알콜농도 0.1%의 음주운전과 같죠.법적으로 규제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보다 크지 않아요.

일본의 경우 운전 중 휴대폰 사용으로 매월 2백여 건의 사고가 발생하다가 지난해 11월 규제에 나선 뒤 60여 건으로 줄었어요.

▷이=운전 중 휴대폰 규제에는 기본적으로 찬성입니다.부처간 협의를 통해 조만간 구체적 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조=업계 입장도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야한다는 것입니다.하지만 법적 규제에는 실효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차가 막힐 때 “나,조금 늦을 것 같아”라고 짤막하게 전화하는 정도는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고 오히려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 아닙니까.언제,어떤 상황을 규제할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규제가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도 있고요.

▷허=사실상 자율규제더라도 규제 조항이 마련되면 운전자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것입니다.단속의 실효성 문제는 홍보에 달려있습니다.6개월간 열심히 계도하고 나서 단속하면 반발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공공장소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경범죄로 규정,병원·공공장소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행위에 과태료를 물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사실 “내가 내 휴대폰 가지고 쓰는데 당신이 왜 참견이냐”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합니다.이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지요.

사회적인 캠페인도 지속돼야 합니다.그리고 비용은 이동통신회사에서 내야죠.수익은 통신회사가 다 가져가고 부작용은 시민 몫입니까.

▷이=법적 규제가 많다면 그만큼 문화가 선진화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하죠.우리가 너무 휴대폰에 초점을 맞추는데,전체적인 예절 수준과 관련해 그중 한 부분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해요.예를 들면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벨 소리보다 몇 명이 떠드는 소리가 더 불쾌할 때가 많죠.

▷조=업체에서도 캠페인에는 참여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그러나 허실장님의 주장처럼 규제한다면 도서관에도 경찰관이 지켜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을 정부가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법안이 사문화되기 쉬운 거죠.

-휴대폰 전자파가 의료기기 등의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이=아직까지 직접적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정부는 만약을 대비해 올해 1월부터 전자파 보호기준을 고시했습니다.의료기기 등 생명과 관련된 전자기계는 일정수준 이상의 전자파 내성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죠.

▷조=휴대폰이 다른 전자기기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어요.따라서 이 문제는 안전문제가 아닌 에티켓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지 않을까요.

기술적으로 보면 휴대폰이 인터넷 등을 통한 데이터서비스 위주로 넘어가고 있으니까 곧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통신이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겁니다.다만 공연장·도서관 등에서 진동모드 자동변환기를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10대들이 너도나도 휴대폰을 사용해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요.

▷조=청소년에게 무슨 휴대폰이 필요하냐고 묻는 건 너무 도덕주의적 생각입니다.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죠.물론 부모의 동의하에 가입시키는 정도의 장치는 필요합니다.하지만 휴대폰을 사용 못하게 한다고 10대 문화가 건전해지진 않습니다.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은 10대에게 가입신청서를 적당히 만들어 발급해 주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고됩니다.그래서 통화료가 수 십만,수 백만원 나와 부모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허=이런 방법은 어떨까요.가입할 때 10대의 통신료 상한선을 정하고 부모에게 의무적으로 안내문을 발송토록 하는 것이지요.

▷조=저도 중학생 딸이 있는데 휴대폰 안 사주고 있습니다.기본적으로 허실장님 말에 공감합니다.하지만 자칫 10만원짜리 고급 운동화 살 때도 동의서 받아야 하고 CD도 한 달에 몇 장만 사야 된다는 식의 논리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이동전화 사업자들이 부모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데 얼마나 노력해 왔느냐”는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그러나 통화료 상한선을 정하는 것 등은 시장논리를 벗어난 무리한 주장입니다.

-정부가 나서 부모동의 여부를 사업자가 확인토록 의무화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검토해 볼만합니다.부모·통신사업자·정부 등이 토론해서 합의가 도출되면 그렇게 준비해봐야죠.

-휴대폰을 이용한 음란전화나 스토킹도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는데요.

▷이=이것은 형법상의 범죄행위에 해당합니다.휴대폰의 경우 발신번호 확인이 가능합니다.하지만 이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통신자유의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거는 사람의 비밀도 보장돼야 하거든요.

▷조=기술적인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정부에서 정하면 일종의 부가서비스로 실시할 수 있겠죠.사업자 입장에서도 동참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바람직한 휴대폰 문화 정착을 위해 한 마디씩 해주십시오.

▷허=남을 배려하는 에티켓의 문제죠.교육이 중요합니다.자유와 방종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해야죠.

▷조=안전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일정부분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다만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 교육·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두 분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이번 중앙일보 보도를 계기로 올바른 휴대폰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캠페인이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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