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화재 발화지점, 휴게실 → 사대 … 경찰 수사발표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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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부산 실탄사격장 화재 참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 발생 5일째가 되도록 정확한 화재원인조차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15일 발생한 이번 참사는 일본인 관광객 7명을 포함해 16명의 사상자를 냈다.

김영식(부산경찰청 차장) 수사본부장은 18일 “사격장 내 여러 발화현상을 종합해 볼 때 참사는 격발장 사대(射臺) 안쪽에서 발생한 폭발성 화재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대 안쪽 출입문이 밖으로 휘어져 있고, 이 출입문 손잡이가 녹아 내릴 정도로 훼손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본부장은 “휴게실 쪽 사대 바깥 쪽의 손잡이는 말짱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발화지점이 휴게실 소파이며, 폭발은 없었다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뒤집은 것이다. 당초 경찰은 ▶사격장 입구 쪽의 휴게실 소파가 많이 탄 점 ▶부검결과 시신에서 파편에 맞은 흔적이 없는 점을 들어 사대 안의 발화와 폭발 가능성을 일단 배제했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현장에 있던 생존자의 유력한 증언을 무시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화상을 입고 치료 중인 일본인 생존자 가사하라 마사루(37)씨는 “일본인들이 사격한 뒤 격발장 사대 안쪽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격장 내부는 불에 탄 흔적이 없어 사격장 안은 발화지점이 아니라고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가장 많이 탄 부분을 발화지점으로 보는 게 화재수사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1, 2차 현장감식을 급하게 하다 보니 소파를 발화지점으로 봤는데 정밀 감식에서 사대 출입문이 휘어진 점을 발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폭발을 일으킨 화인을 전기합선 같은 사격장 내부 전기고장이나 격발할 때 생기는 불꽃, 담뱃불·라이터 불 등 세 가지로 보고 수사 중이다. 한편 중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오던 여행사 가이드 문민자(67)씨가 18일 숨져 사망자는 11명으로 늘었다. 일본인 희생자 7명의 유해는 19일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공항으로 운구된다.

부산=김상진·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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