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높이·스피드·패스’ 3박자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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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삼성 이규섭(왼쪽)이 김도수의 수비를 피해 슛을 하고 있다. 이규섭은 13득점을 했다. [부산=연합뉴스]

높이와 스피드가 있어도 꿰어야 이긴다. 열쇠는 패스였다. 삼성은 17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홈팀 KT를 82-77로 물리쳤다. 하루 이기고 하루 지던 삼성은 시즌 첫 연승을 달리며 7승6패가 됐다. SK·KCC와 함께 공동 5위다. 83-100으로 크게 진 1라운드 패배도 고스란히 되갚았다. KT는 시즌 첫 홈 패배를 기록하며 10승4패가 됐다. 지긴 했지만 반 경기 차로 단독 선두 자리는 지켰다.

삼성은 올 시즌 KCC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귀화 혼혈 선수 이승준이 가세했고 지난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가 건재했다. 농구 관계자들은 “높이와 스피드가 한 단계 더 올라섰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은 빗나갔다. 이승준과 레더의 손발이 맞지 않았다. 수비 조직은 성겼다. 강혁은 “이승준이 아직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레더와 자리가 겹친다. 해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높이는 훈련으로 극복할 수 없는 강점이다. 전창진 KT 감독은 “KCC와 삼성이 상대하기 버겁다. 제스퍼 존슨이 센터 한 명을 밖으로 끌고 나와도 다른 선수가 여전히 골밑에 버티고 있어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한 발씩 더 뛰면서 선두를 달리던 KT는 삼성을 상대로 두세 발 더 뛰어야 했다.

삼성은 2쿼터까지 42-27로 크게 앞섰다. 레더와 빅터 토마스, 이승준이 번갈아 가며 KT의 골밑을 파고들었다. 세 선수는 전반에만 28점을 합작했다. KT는 3쿼터부터 전면 압박 수비를 가동했다. 점수는 어느새 5점 차까지 좁혀졌다.

삼성을 살린 건 허를 찌르는 패스였다. 공이 돌자 막힌 골밑과 바깥이 동시에 뚫렸다. 노장 이상민은 치고 들어가면서 내·외곽에 패스를 뿌렸고 이규섭과 김동욱의 슛이 연거푸 림을 갈랐다. 높이도 함께 살아났다. 강혁은 이상민이 퇴장당한 뒤 토마스와 손발을 맞춰 KT의 골밑을 공략했다. KT는 따라갈 힘을 잃었다. 이상민은 3쿼터 승부처에서 연속 3골을 돕는 등 7어시스트를 했다. 강혁은 6어시스트에 10득점했다. 삼성은 어시스트에서 25-16으로 앞섰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뛰어 들어가는 플레이와 속공이 위력을 발휘했다. 가드들의 경기 조율 능력이 조금만 더 정교해지면 쉽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에서는 모비스가 전자랜드를 76-73으로 꺾고 9승5패로 3위가 됐다. 12연패를 끊으려는 전자랜드는 사력을 다했다. 유도훈 감독대행은 3점슛으로 승부를 걸었다. 경험은 없지만 슛이 좋은 이상수와 송수인을 선발로 기용했다.

그러나 전반 3점슛이 터진 팀은 전자랜드가 아니라 모비스였다. 전반전 모비스는 3점슛 9개를 꽂았고 전자랜드는 3점슛 11개를 던져 단 한 개만 성공시켰다. 모비스는 한때 18점까지 앞서 나갔다. 그러나 후반전이 돼서는 반대로 모비스의 3점슛이 하나도 안 들어갔다. 모비스의 슛이 계속 불발하자 전자랜드가 쫓아왔다. 4쿼터 전자랜드는 외국인 선수 라샤드 벨이 3점슛 3개를 성공시키는 등 14점을 폭발시켰다. 종료 30초를 남기고 2점 차까지 추격했고 인터셉트도 해냈다. 그러나 옆 줄을 밟아 공격권을 내주고 추격에 실패했다. 전자랜드는 13연패를 하면서 1승14패가 됐다. 

성호준 기자, 부산=김우철 기자

◆농구 전적

▶부산 KT(10승4패) 77-82 삼성(7승6패)
▶울산 모비스(9승5패) 76-73 전자랜드(1승14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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