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규섭(왼쪽)이 김도수의 수비를 피해 슛을 하고 있다. 이규섭은 13득점을 했다. [부산=연합뉴스]
삼성은 올 시즌 KCC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귀화 혼혈 선수 이승준이 가세했고 지난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가 건재했다. 농구 관계자들은 “높이와 스피드가 한 단계 더 올라섰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은 빗나갔다. 이승준과 레더의 손발이 맞지 않았다. 수비 조직은 성겼다. 강혁은 “이승준이 아직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레더와 자리가 겹친다. 해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높이는 훈련으로 극복할 수 없는 강점이다. 전창진 KT 감독은 “KCC와 삼성이 상대하기 버겁다. 제스퍼 존슨이 센터 한 명을 밖으로 끌고 나와도 다른 선수가 여전히 골밑에 버티고 있어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한 발씩 더 뛰면서 선두를 달리던 KT는 삼성을 상대로 두세 발 더 뛰어야 했다.
삼성은 2쿼터까지 42-27로 크게 앞섰다. 레더와 빅터 토마스, 이승준이 번갈아 가며 KT의 골밑을 파고들었다. 세 선수는 전반에만 28점을 합작했다. KT는 3쿼터부터 전면 압박 수비를 가동했다. 점수는 어느새 5점 차까지 좁혀졌다.
삼성을 살린 건 허를 찌르는 패스였다. 공이 돌자 막힌 골밑과 바깥이 동시에 뚫렸다. 노장 이상민은 치고 들어가면서 내·외곽에 패스를 뿌렸고 이규섭과 김동욱의 슛이 연거푸 림을 갈랐다. 높이도 함께 살아났다. 강혁은 이상민이 퇴장당한 뒤 토마스와 손발을 맞춰 KT의 골밑을 공략했다. KT는 따라갈 힘을 잃었다. 이상민은 3쿼터 승부처에서 연속 3골을 돕는 등 7어시스트를 했다. 강혁은 6어시스트에 10득점했다. 삼성은 어시스트에서 25-16으로 앞섰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뛰어 들어가는 플레이와 속공이 위력을 발휘했다. 가드들의 경기 조율 능력이 조금만 더 정교해지면 쉽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에서는 모비스가 전자랜드를 76-73으로 꺾고 9승5패로 3위가 됐다. 12연패를 끊으려는 전자랜드는 사력을 다했다. 유도훈 감독대행은 3점슛으로 승부를 걸었다. 경험은 없지만 슛이 좋은 이상수와 송수인을 선발로 기용했다.
성호준 기자, 부산=김우철 기자
◆농구 전적
▶부산 KT(10승4패) 77-82 삼성(7승6패)
▶울산 모비스(9승5패) 76-73 전자랜드(1승14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