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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와 한국의 녹색성장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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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해 6월 OECD 각료이사회는 ‘녹색성장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선언문에 따르면 OECD는 각국의 녹색성장 노력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녹색성장 전략(Green Growth Strategy)’을 수립하기로 했다. 9월 열린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내년 정상회의 때까지 녹색성장 전략을 보고하도록 OECD 등에 요청했다.

OECD가 녹색성장에 대한 논의를 강화하는 데는 세계가 농업혁명, 산업혁명, 지식혁명을 지나 이제 ‘녹색환경혁명’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녹색환경혁명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경제질서 틀을 짜기 시작한 셈이다. OECD는 올해 11월에 녹색성장 전략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으며 내년 6월에 중간 보고서, 2011년 6월에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보고서 작성은 통상 한 부서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전례 없이 경제·환경·과학기술·무역·교육 등 모든 부서가 참여하는 OECD 사상 최대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환경 위험에 대한 우선순위 평가 ▶탄소세 등 녹색 경제로의 자원 배분을 유인하기 위한 제도·활동 ▶녹색 경제로의 전환에 대응해야 할 노동시장 및 인력 양성 ▶녹색 기술 개발과 효과적 확산 방안 ▶녹색 인프라 구축 ▶녹색 성장지표의 개발이 주요 내용으로 담기게 된다. 이에 따라 각국의 무역·투자·조세 조건이 녹색성장에 초점을 맞춰 변경되고 반환경적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는 등 새로운 경제 규범을 탄생시켜 세계 경제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국이 ‘녹색성장 정책’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OECD의 녹색성장 전략 수립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11월 초 OECD에서는 녹색성장의 핵심 전략인 환경혁신(Eco-Innovation)에 관한 국제회의가 있었다. 이 회의에서 환경부는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과 환경혁신 정책 수단들을 소개했다. “녹색성장의 선두 주자인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 사례는 다른 나라에도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내년도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녹색성장 전략이 의제에 포함되도록 분위기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 교량 역할을 통해 우리에게 유리한 질서와 규범이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역사적 전환기에 국제질서 형성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왔던 과거 역사를 극복하고 ‘한국형 녹색성장 정책’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윤문섭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기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