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의원 수사전망] "출두 약속 믿고…" 발빼는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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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해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한나라당측 반발로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임 정상명(鄭相明)서울지검 1차장은 13일 "공당의 간부가 鄭의원 자진출두를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킬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이는 "공권력에 도전하는 일체의 행위에 원칙대로 대처하겠다" 던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의 12일 발표문보다는 한발 뒤로 물러선 느낌을 주는 발언이다.

이처럼 12일까지만 해도 금방이라도 鄭의원에 대한 강제체포를 시도할 것 같았던 검찰이 13일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가 영장집행 협조를 요구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데는 현실적으로 강제집행을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야당 당사에 들어가 몸싸움을 통해 현역 의원을 강제로 끌어내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다. 경찰이 신민당 당사에 유혈진입해 농성 중이던 근로자들과 야당 인사들을 끌어냈던 1979년 'YH사태' 가 당시 유신정권에 부담이 됐던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15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했기 때문에 鄭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은 당분간 휴지조각이 되게 돼 있다.

결국 이같은 상황 때문에 검찰은 당분간 한나라당 당사로 검사들을 매일 보내 鄭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한나라당측이 협조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검찰은 법을 집행하려 하고, 한나라당과 鄭의원은 법 집행을 가로막거나 피하는 세력으로 국민에게 비춰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검 간부들이 12일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한나라당 관계자에 대해서도 사법처리를 적극 검토하겠다" 고 말한 것도 당분간 실제로 집행하겠다는 것보다는 경고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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