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비판하는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 강하게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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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상하이과학관’에서 가진 중국 대학생들과의 공개 대화에서 질문할 학생을 지목하고 있다. [상하이 로이터=뉴시스]

“미국은 정보 소통의 자유가 있고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다. 이래야만 미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강해지고 나 또한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젊은이들에게 훌륭한 리더를 만들기 위한 토양은 막힘 없는 정보 소통이라고 밝힌 것이다. 16일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상하이과학관’에서 열린 ‘타운 홀 미팅’에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소통”=첫 중국 방문길에 나선 오바마는 “트위터를 자유롭게 사용토록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 접속 제한을 반대한다”며 이렇게 답했다. 트위터는 단문 메시지를 주고 받는 인터넷 서비스다. 중국에서는 지난 7월 위구르 사태 때 트위터·페이스북 등 일부 인터넷 사이트들의 접속이 차단되는 등 통제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 전역에서 뽑힌 520명의 대학생이 참석했다. 대부분 공산당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는 자유로운 소통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는 점을 역설했다. 오바마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나도 어떤 때는 정보가 자유롭게 오가지 않았으면 할 때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비판을 들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두 딸 말리야(11세)·샤샤(8세)도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얻고 있다면서 인터넷을 개방할수록 더 소통이 잘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인터넷 인맥관리 사이트) 계정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바마는 “친구로 추가해줄까요”라며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대만 관계에 대해선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동의하며 최근 중국·대만 관계가 호전된 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알카에다는 여전히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중국의 협력을 촉구했다.

◆“미·중 협력이 세계 평화 초석”=오바마는 세계 양대 수퍼파워로 떠오른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정치·경제는 물론 문화와 인문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는 해외 유학생 중 중국 학생이 가장 많고 중국어를 배우려는 미국 학생들은 해마다 50%씩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미·중 양국 관계의 미래상을 말하면서 중국 고사를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는 ‘옛것을 알고 새것을 배우자’라는 뜻의 고사성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인용하며 “미·중 양국은 지난 30년 동안 어려움과 갈등도 겪었지만 협력을 통해 관계가 안정되고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대국은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이 함께 세계 분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바마가 고사를 인용하자 다음 질문을 맡은 학생은 즉석에서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먼 곳에서 친구가 왔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공자의 어록을 인용해 환영했다.

◆“미국의 강점은 문화의 다양성”=오바마는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자 자신의 신변 이야기를 예로 들며 구체적으로 답했다. 다양한 문화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을 취하나”라는 질문에 오바마는 “어머니는 백인이며 아버지는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가 다른 인도네시아인 여동생은 중국계 캐나다인과 결혼했다” 며 “우리 가족이 다 모이면 유엔 같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바마는 이어 “미국의 강점은 이런 문화적 다양성”이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겠지만 여성·아동 권리 등과 같은 핵심 가치가 침해되면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노벨 평화상을 받으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학생다운 질문도 나왔다. 이에 오바마는 “어떤 수업을 받아야 상을 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신화통신은 중국 네티즌이 16일까지 인터넷으로 오바마에게 3200건의 질문을 올렸다고 전했다.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미·중 협력이나 중국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등 심각한 것도 많았지만 가벼운 질문도 적지 않았다. “어떻게 날씬함을 유지하나” “미셸 여사의 옷 값은 누가 내나” “젓가락은 잘 사용하나” “주량은 얼마나 되나” 등도 질문에 올랐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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