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디지털시대…정보=돈 '빈부 골' 깊이 파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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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디지털경제 시대를 맞아 지역.계층간 빈부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정보활용이 부(富)로 직결되다 보니 정보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간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정보화시대가 심각한 빈부갈등으로 얼룩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심화되는 빈부격차〓정보화 사회로 본격 진입한 미국의 경우 인종.계층.지역간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말 발표된 미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98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소득격차가 전년대비 29% 늘어났다. 상무부는 인터넷 등 정보활용 빈도 차이에 따라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간 7만5천달러 이상의 고소득 가정이 1만달러 이하의 저소득 가정보다 컴퓨터를 보유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이 7배나 높았다.

도.농간 격차는 더욱 심해 도시지역 고소득층 가정의 62%가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농촌지역 가정의 컴퓨터 보유율은 2.9%에 불과했다.

정보기술(IT)산업 종사자와 비IT산업 종사자간의 소득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98년 IT산업 종사자의 평균 연소득은 전년(3만4천달러)보다 52% 늘어난 5만2천달러였으나 비IT산업 종사자의 연소득은 2만9천달러에 불과했다.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 경제기획청이 최근 발표한 소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PC를 구입한 세대(전체의 3.8%)의 대부분이 고소득층이었다. PC를 구입한 세대의 비율이 연소득 4백만엔 미만에서는 1%에 불과했으나 1천2백만엔 이상의 세대에서는 8%였다.

PC를 많이 활용하는 직종의 근로자일수록 임금수준도 높다. 일본 노동성의 임금구조기본통계에 따르면 PC를 자주 활용하는 서비스업종의 30대 후반 이상 근로자의 중도채용 임금이 전산업 평균치에 비해 10만~30만엔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의 인구는 세계 전체의 19%에 불과하지만 인터넷 사용자의 91%를 점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대책마련에 부심〓미국에서는 민간차원의 대책마련이 활발하다.

아메리테크와 전국도시연맹(NUL)은 최근 미국의 5개 대도시에서 '디지털 캠퍼스' 를 열어 저소득층을 상대로 인터넷 등 정보화 교육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벤턴재단도 올해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농촌지역 주민을 상대로 컴퓨터와 디지털 정보활용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옥시전 미디어도 이달부터 TV 등 미디어를 통해 인터넷 교육의 중요성을 홍보할 계획이다.

미 상무부 래리 어빙 정보통신담당 차관보는 "디지털경제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는 이미 시민권리 차원의 심각한 문제로 전개된 상태" 라 규정하고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교육에서의 인터넷교육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고 밝혔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찰스 슈왑 회장은 "국가간 디지털 빈부격차의 해소 문제가 정보화 시대의 심각한 화두로 등장했다" 며 하루빨리 적절한 다자간 국제조직을 만들어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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