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 명창 주류는 서편제 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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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춘향뎐' 이 화제다. 1993년 '서편제' 를 통해 국악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 임권택 감독이 이번에는 아예 시종일관 판소리 '춘향가' 로 영화를 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젊은 영화인은 고전을 영상화한 이 작품을 "대단한 실험영화" 라고 평할 정도다.

이처럼 '소리' 가 영화의 중심에 놓이다 보니 관객들에게서 판소리 '춘향가' 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전성기 때 녹음한 목소리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명창 조상현의 소리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정작 일반의 의식 속에는 전래소설 '춘향전' 과 판소리 '춘향가' 의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다. 어떤 소리가 좋은지 판단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이해를 돕기 위해 판소리 다섯 마당의 하나인 '춘향가' 의 명창과 명반을 소개한다. 지금과는 달리 일제 시대의 음반 가운데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국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음반연구회 노재명씨는 "지금도 판소리 3대 명반을 꼽는다면 30년대에 나온 빅터 레이블의 '춘향가' 를 꼽는다" 고 말했다.

영화 '춘향뎐' 의 조상현 소리는 정재근의 서편제 계보와 송만갑의 동편제 계보를 취해 정응민(1896~1963)이 세운 보성소리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춘향가' 는 모두 서편제에 속하는 정정렬(1876~1938)의 '춘향가' 를 이어받았다.

이 음반에는 정정렬을 비롯해 임방울.박녹주.김소희 등의 소리가 담겨 있다. 판소리의 현대화에 크게 기여한 정정렬제 춘향가의 형성을 잘 보여주는 음반이다.

최초의 춘향가 완창 음반은 이보다 먼저 나왔다. 27년 일본축음기상회(일축)에서 발매한 이 음반은 이동백.김추월.신금홍 등이 참여했다. 정정렬 명창이 새로운 스타일의 춘향가를 짜기 이전의 춘향가의 원형을 보여준다.

신나라레코드가 이 두 레코드의 일부분을 복각해 CD로 내놓아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 제작한 음반 가운데 인기가 높은 것은 서울음반이 발매한 김소희(1917~1995)의 '춘향가' CD.음악에 대한 자존심이 높아 상업적인 판소리 음반을 만들지 않았던 명창 김소희가 74년 자료용으로 녹음한 LP를 복각한 것이라 더욱 뜻깊다.

이 밖에 김소희제를 이어받은 명창 안숙선씨도 97년 삼성레이블로 '춘향가' 완창 CD를 6장에 담아 내기도 했다.

'춘향가' 는 완창을 하려면 8시간이 걸린다.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다.

그래서 완창 무대를 만나기란 흔치 않다. 하지만 69년 명창 박동진씨가 판소리가 점점 단가 중심으로 불리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국립극장에서 완창한 이래 여러 사람이 완창을 시도했었다. 98년에는 국립창극단이 6시간짜리 완판 창극 '춘향전' 을 선보여 예상을 깨고 매진되기도 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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