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28년' 유신 해직교사 강구인씨 56세에 복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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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신체제 지지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쫓겨나 30년 가까이 어둠의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

교육부가 1일 특별채용을 결정해 3월 복직하는 해직교사 73명중 강구인(姜求仁.56)씨는 유신체제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파면된 경우.

姜씨는 경북 포항 두마초등학교에 재직하던 1972년 10월 17일 유신체제 지지를 위한 교육청 주관 교원 단합대회에 별 생각없이 빠졌다.

며칠뒤 교육장과 중앙정보부 직원이 학교로 姜씨를 찾아와 불출석 이유를 조사했다. 姜씨는 그해 11월 중순 계엄포고령1호 위반으로 포항경찰서에 끌려갔고, 대구 제5관구 보통군법회의는 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姜씨는 "서울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돼 교도관들로부터 구둣발로 얼굴을 걷어차이는 등 곤욕을 치렀다" 고 회상했다. 이후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그러나 학교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해직처리된 것이다.

姜씨는 책 외판원으로 나섰다. 아내 김순옥(金順玉.51)씨는 목욕탕 때밀이.핫도그 장사를 하며 살림을 꾸렸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는 항상 감시의 눈이 있었다. 그는 경찰의 요시찰 대상이었다.

그는 "뒤늦게나마 명예가 회복돼 다행" 이라고 했다. "교장에 오른 동기들도 있지만 남은 6년 동안 신명을 바쳐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고 말했다.

姜씨처럼 시국사건에 연루돼 파면됐다가 이번에 복직되는 교사는 9명. 이한옥(李翰玉.54)씨는 유신때 경북 상주에서 중학교 기술.농업교사로 재직중 말 한마디 잘못한 탓으로 교단을 떠나야 했다.

李씨는 78년 7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된 유신2기 9대 대통령선거와 관련, 수업 도중 "선거에서 1백% 찬성이란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 이라고 말했다. 아이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한 학부모의 고발로 그해 7월 12일 상주경찰서로 연행됐다.

그는 대통령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기소돼 학교를 떠났다.

고(故) 김남주(金南柱)시인의 부인으로 남민전사건에 연루됐다 해직된 뒤 지난해 복직이 결정된 박광숙(朴光淑.50)씨도 본인 희망에 따라 이번 학기부터 다시 교단에 선다.

이번 복직조치로 현정부 들어 해직교사와 교원임용 제외자 등 3백21명이 교단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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