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복수국적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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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복수국적을 장려하는 국가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가 본인 의사에 따라 자국 국적을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용인 또는 묵인하는 방향으로 국적법을 수정하는 추세다. 국가 간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더 많은 투자를 끌어들이고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선 복수국적자를 자국민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복수국적을 용인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난 것은 국가 간 인적 교류가 본격적으로 활발해지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다. 귀화한 외국인에게 원국적 포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펴왔던 캐나다는 77년 국적법을 대폭 수정했다. 캐나다 국민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시민권을 상실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캐나다의 뒤를 이어 아르헨티나·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영국 등이 차례로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유럽 국가들은 97년 ‘유럽국적협약’을 통해 단일 국적주의를 획기적으로 완화했다. 각국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나 혼인 등에 의해 국적을 부여받은 사람에 대해 원국적 보유를 허용하게 한 것이다. 또 귀화자에 대한 원국적 포기 요구도 금지시켰다.

미국의 경우 미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나 외국 국적을 취득한 국민이 18세 이후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시민권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출생으로 인한 복수국적자에 대해선 국적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징병제를 실시하는 대만과 이스라엘·독일도 복수국적을 인정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 복수국적 허용 국가가 현재 80여 개에 이른다”면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복수국적은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이 국제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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