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고생을 자초한 2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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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본선 16강전>
○ 박영훈 9단 ● 왕야오 6단

제2보(19~31)=왕야오 6단은 척 봐도 성깔이 있어 보인다. 바둑에도 날카로운 ‘가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말하자면 재주 있는 바둑이다. 이런 그가 11세에 프로가 되어 무려 15년간이나 우승컵이 없었다는 것은(올해 처음 우승했다) 무얼 말하는 것일까. 대세감각이나 균형감 쪽에 치명적 약점이 있다는 뜻일까.

균형을 먼저 깬 쪽은 왕야오가 아니라 박영훈 9단이었다. 22는 ‘참고도1’ 백1로 한 칸 뛰는 게 정수였다고 박영훈은 고백한다. 흑이 2, 4로 오는 게 싫지만 감수하고 두어나가야 했다는 것. 22는 실리로도 크고 하변의 주도권을 바꿔놓는 중요한 포인트여서 욕심을 냈지만 과수였다.

23의 공격이 통렬하다. 초반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회심의 일착. 공격 바둑들은 이런 수를 둘 때 가슴이 울렁거린다고 한다. 왕야오 역시 고기가 물을 만난 듯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25는 궁하지만 ‘참고도2’처럼 살 수 있다면 그런대로 할 만하다. 왕야오는 물론 25, 27로 반격해 왔다.

“22가 좋지 않았다. 집은 집대로 내주고 쫓기게 됐다. 초반부터 머리를 짜내야 한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나빠졌다.”(박영훈 9단)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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