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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다 갚고도 신용불량 낙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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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년 전에 진 카드 빚 4000만원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살아가고 있다. 4000만원 중 1800만원에 대해서는 국민카드사가 사기죄로 고소해 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그래서 유일한 생계 수단인 개인택시마저 처분해야 했다. 온갖 노력 끝에 가까스로 카드사와 각 금융사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았다. 그러나 부채를 청산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용불량자로 분류돼 온갖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요즘 개인파산, 배드뱅크, 개인워크아웃 등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한 각종 방안이 나오고 있다. 법을 동원해 빚을 못 갚고 있는 신용불량자를 구제해주는 것이다. 최근엔 채무가 15억원 이하인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개인회생제도까지 마련돼 시행 중이다.

이렇게 돈을 못 갚고 있는 사람을 회생시키기 위한 각종 지원을 하면서도 정작 빚을 다 갚은 나 같은 신용불량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용불량자라는 멍에 속에 방치되고 있는 건 형평성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이런 제도들은 신용불량자들을 회생시켜 건전한 경제인으로 구제하려는 게 목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신용불량자에게 똑같이 적용돼 같은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하지 않는가. 빚을 갚고도 신용불량자라는 멍에에 갇혀 있는 처지의 사람들이 그늘 속에서 살지 않도록 회생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경식.서울 동대문구 휘경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