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서신 여야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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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가 19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예편 장성들에게 보낸 신년인사 편지를 '국론분열 행위' 라며 문제삼았다.

국민회의가 흥분한 편지 내용은 먼저 "목숨걸고 간첩을 쫓던 '사람' 이 그 간첩에 의해 백주에 쫓겨다니는 신세가 되고 있다" 는 대목.

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은 편지 내용 중의 '사람' 을 정형근(鄭亨根.한나라당)의원으로 단정하고 "李총재가 鄭의원에게 얼마나 발목이 잡혔으면 그같은 보호용 편지를 보냈겠느냐" 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회의는 1997년 대선 때 논쟁거리였던 李총재의 아들 병역문제를 다시 물고 늘어졌다.

이날 당8역회의에서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꼭 아들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자기자신을 뒤돌아볼줄 알아야 한다" 고 포문을 열었다.

한화갑(韓和甲)총장은 "군을 그렇게 걱정하면 자기 아들도 동참시켜야지, 간첩이 무서워서 자기 아들은 군대를 안 보냈느냐" 고 꼬집었고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민과 군과의 이간을 획책하는 내용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강경하게 받아쳤다.

국민회의가 보낸 공개질의서에 대해선 "국론분열 망언 운운하는 국민회의의 주장이야말로 망언" (張光根부대변인)이라며 성명전으로 맞섰다.

나아가 서경원(徐敬元) 전 의원의 국민회의 파주지구당 당원 교육, 탈북자 송환문제 등을 쟁점화해 여권의 안보공세에 역공을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원창(李元昌)총재특보는 "간첩혐의로 9년 복역한 徐씨가 집권당 당원의 정신교육 강사로 나선 것을 야당 총재가 문제제기한 것이 잘못이냐" 며 "李총재 편지와 같은 내용의 신문광고를 낸 성우회의 시국성명서에 왜 침묵하느냐" 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국민회의 공세를 정면 반격해 안보논쟁을 일으키면 보수안정층이 자기쪽을 밀어주어 손해볼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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