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2000선거] 미국 (中) -부시·고어 "1위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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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번 대선에서는 아이오와주 코커스(24일)와 뉴햄프셔주 예비선거(2월 1일)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전개될 예비선거 등의 일정이 크게 앞당겨지는 바람에 초반 기선제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각 당의 선두주자들은 초반 접전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해 연이어 벌어질 예비선거에서 역전

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추격하는 후보들은 초반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렇지 못하면 막판 뒤집기를 노려볼 틈도 없이 후보경선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각당 후보지명을 놓고 벌이는 양당의 예비선거는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전국적인 판세로는 공화당의 텍사스 주지사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이오와의 코커스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화당의 부시가 50%에 약간 못미치는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든든한 자금줄과 조직을 동원한 스티브 포브스가 약 15~20%의 격차를 두고 부시를 추격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고어가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을 역시 15~20%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선 각 당의 다크호스가 선두주자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에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42대 34로 부시를 추월했고, 민주당에선 브래들리가 고어를 8%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이처럼 뉴햄프셔에서 브래들리와 매케인이 선전하고 있는 것은 초반에 한번이라도 선두주자를 눌러야 선거를 계속 치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금과 시간을 이 지역에 집중 투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매케인의 경우는 처음부터 아이오와를 포기하고 뉴햄프셔.노스캐롤라이나에 전력을 집중시킨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전국 판세와 관계없이 초반 접전은 선두주자와 다크호스가 예측 불허의 공방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부시와 고어 진영은 아이오와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밝지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뉴햄프셔 예비선거 결과가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당의 기득권 세력이 지지하지 않았던 지미 카터.로널드 레이건.마이클 듀카키스가 모두 뉴햄프셔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당의 후보지명을 따낼 수 있었다. 여자문제로 흔들리던 클린턴도 의외로 선전하면서(2등) 후보지명의 계기를 잡았다.

한편 공화.민주 양당의 예비선거 돌입에 따라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개혁당은 뚜렷한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화당에서 말을 갈아탄 패트 뷰캐넌과 아직 공식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뉴욕의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물밑에서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다.

개혁당은 트럼프를 미는 미네소타 주지사 제시 벤추라와 뷰캐넌을 지지하는 개혁당의 대부 로스 페로가 당내 주도권을 놓고 불협화음을 빚고 있어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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