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서도 교도소 설립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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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교도소가 속속 생겨난다. 지난해 12월 28일 '민영교도소 등의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개신교.불교.천주교 등 주요 종교계는 교화와 선교 차원에서 민영교도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1995년부터 기독교교도소 설립을 건의해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지덕)는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영교도소의 설립 논의가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한파' 로 경제범이 늘어나면서 전국의 교도소가 적정 수용인원을 넘어서자 법무부가 대통령에게 민영교도소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보고한 9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27일 입법예고와 11월 27일 공청회를 거쳐 국회에 법안을 상정, 통과시켰으며 2001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

한기총은 오는 31일 기독교교도소추진위원회를 열고 구체적인 설립방안을 모색한다. 개신교 각 교단 대표와 법조인과 교도소 소장 출신 신도들로 구성된 추진위에서는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교도소의 위치와 규모, 수용인원 등을 검토하고 모금 계획까지 확정할 작정이다.

설립 추진 실무를 맡아온 이상진 목사는 "재범률이 57.2%(96년 기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신앙에 기초한 체계적인 교정 프로그램을 실시해야만 교도소가 범죄학교구실을 하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며 "설립단계에서부터 운영까지 법무부와 긴밀히 협의해나가 신앙에 기초한 교화로 모범적인 교도소를 세우겠다" 고 밝혔다.

한편 대한불교 조계종은 지난해 8월과 9월 법무부장관에게 불교.개신교.천주교 등 3대 종교에 교정시설 시범운영 위탁 등을 제안한 데 이어 지난해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이후엔 법사위원회에도 이를 강력히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은 종교 단체의 교정활동에 대한 평가작업을 선행할 것과 종교.사회단체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는 등 한기총에 비해 다소 신중한 자세다.

천주교계에서는 아직 역량이 미흡하고 구체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으므로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면서 교정 자원봉사자 양성과 교정 공무원 신자에 대한 교육에 충실을 기하며 점차 교도소 운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유럽.중남미 국가들에선 종교교도소를 설립해 재범률을 크게 낮추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부터 민영 교도소를 도입해온 미국도 지난 98년 1월 종교계에서는 처음으로 텍사스 주립교도소 '더 제스터 유니트' 를 기독교교도소로 개조해 운영 중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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