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 속을 종횡무진 누비는 ‘로봇 요원’의 활약 덕분이다. 상하좌우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가 설치된 하수관 탐사로봇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 로봇에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흠집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즉석 수선까지 하는 것이다. 수원 소재 중소 건설업체인 동영이엔씨의 이창승(50) 사장이 수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개발한 다기능 로봇이다. 2007년 10월 특허를 받은데 이어 환경부의 환경신기술 인증까지 신청해 놨다.
바퀴 여섯 개가 달리고 길이가 120㎝인 이 로봇은 기존의 하수관 검사 로봇 앞쪽에 여러 장비를 부착한 것이다. 작업자들은 지상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로봇을 조종하고 흠집을 찾아내 보수한다. 다기능 로봇은 지난해 4월 보수공사 현장에 투입됐다. 수원시 영통구청과 팔당구청 등에서 하수관 보수공사를 수주해 1년 반 동안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수관 보수 로봇을 개발한 이창승 사장(앞줄 가운데)이 작업현장에서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멍이나 균열은 로봇에 설치된 고무튜브로 한다. 고무튜브에는 현무암 섬유로 만든 천이 둘둘 감겨 있어 이것으로 땜질을 한다. 현무암 천에는 접착성을 높이기 위해 끈적끈적한 ‘레진(수지)’을 칠한다. 현무암의 분말로 만든 현무암 섬유의 강도는 콘크리트와 맞먹어 50년을 버틴다고 한다. 로봇이 고무튜브를 앞에 매달고 보수할 지점에 도달하면 작업자가 고무튜브에 공기를 불어넣는다.
고무튜브가 팽창하면서 레진이 칠해진 현무암 천을 하수관 내벽에 밀착시킨다. 한 시간 뒤 레진이 완전히 굳으면 로봇은 고무튜브의 바람을 뺀 뒤 갖고 나온다. 이것으로 하수관 내벽 ‘땜질’은 끝이다.
김 이사는 “사람이 고무튜브 작업을 하면 너댓 명이 하루에 15곳 정도 보수하는 정도지만 로봇 하나가 하루 25~40곳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나도 로봇 개발자”=토목업체에 다니던 이 사장이 하수관 보수공사 업체를 차린 건 6년 전이다.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보수공사를 하려고 땅을 파면 민원이 잦아 다른 묘책이 없을까 고민하다 수선까지 하는 다기능 로봇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금력이 약한 영세업체인 데다 하수관 보수용 로봇 수요가 많지 않아 로봇 전문가나 전문업체에 주문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사람이 주체가 돼 만드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직접 개발할 용기를 냈어요.”
주변에선 “토목쟁이가 무슨 로봇이냐. 하던 거나 잘 하라”는 만류가 적잖았다. 하지만 젊을 때부터 모형자동차 조립 등 기계 만지는 취미가 있어 막막하지만은 않았다. 다행히 직원 중에 컴퓨터 기계설계(CAD)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고생길이었다. 전문서적을 어렵사리 구해 임직원들과 밤새 들여다 보면서 연구했다. 관련 전문가를 백방으로 수소문해 물어보는가 하면, 규격에 맞는 부품을 구하지 못해 일본으로 건너가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딱 맞는 부품이 없으면 절삭기로 이리저리 깎아서 붙여보곤 했다. 그러다가 3년 만에 ‘옥동자’가 간신히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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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장인들의 절실한 필요에 따라 탄생한 맞춤 장비라 동종 업계의 관심이 많다. 로봇 가격은 이를 운영하는 차량을 포함해 1억원 정도다. “원하는 곳이 있으면 이문을 많이 남기 않고 보급하겠다. 우리 업계 대부분이 영세한 업체 아니냐”는 것이 이 사장의 말이다. 그는 지금 것을 개량해 상수도관 내부의 녹과 찌꺼기를 세척·제거하는 로봇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