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사들이 가득 모인 검토실에선 아! 하는 탄식이 나지막하게 터져 나온다. 이런 수가 있다는 게 불행이지만 예측은 하고 있었다. 실전이 하도 험악해 혹 빗나갈까 기대했을 뿐이었다. 사실은 박정환 4단도 저 앞에서부터 이 수를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어둡고 지쳐 보인 이유였다.
‘참고도1’ 흑1을 선수한 뒤 3으로 나와 끊는 것은 수상전에서 흑이 수 부족이다. 그러나 133으로 먼저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참고도2’ 백1로 막을 때 흑2로 끊으면 이건 백이 수 부족이다. 134는 어쩔 수 없는 후퇴였고 흑은 비로소 135를 둔다. 천야오예 9단의 수순이 정확하게 맥을 짚고 있다. 백은 두 갈래 길. A로 끊느냐, B로 잇느냐 뿐이다. A로 끊으면 패가 되고 B로 이으면 수상전이다. 패는 백이 지옥이다. 수상전이 최선인데 그 수상전이 하도 미묘해 눈 앞이 아른거릴 뿐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박정환의 얼굴을 보면 벌써 오래전에 그 답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