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남대문시장, 인터넷에 들어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남대문 시장의 네일아트 도매업체인 경안사는 지난 7월 뉴질랜드에서 1000만원어치의 주문을 받았다. 이 가게 황대용 사장은 "휴가를 다녀왔더니 컴퓨터로 주문이 들어와 있어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며 "이틀 뒤 뉴질랜드에서 바로 전화가 와 전자상거래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이 '사이버 도.소매 시장' 실험에 나서고 있다.

남대문시장은 'e-남대문(www.enamdaemun.com)'이라는 도.소매 전문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9일 정식 개설한다. 3개월 간 시범운영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경안사의 경우 사이트 시범운영 기간에만 50건의 도매계약 실적을 올렸다. 이 사이트에선 소매상인들에겐 도매가격으로 팔고, 일반 소비자들에겐 소매가격으로 판다. 남대문시장의 거래방식을 인터넷 상거래에 그대로 옮긴 것이다. 도매로 거래하려면 사업자등록 신청을 해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도매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소매가격만 공개한다. 인터넷 상거래에서 이런 이중 가격제는 유례가 없어 전자상거래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에는 '매출액의 80%가 도매에서 나오고, 도매가격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남대문시장은 'e-남대문'사이트에 도매가격을 감추는 시스템 개발에 공을 들였다. 상인들이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개발에 든 비용은 모두 10억원.

시범운영 결과에 대해 상인들은 '비교적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하루 평균 2000여 건이 접속했고, 30여 건의 소매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도매가격을 가린 탓에 도매거래 건수는 집계되지 않았다.

이 사업에 참여한 점포는 현재 남대문시장 등록 점포 5400개 중 10% 정도인 560개. 의류.액세서리.잡화 등 2만8000여종의 상품이 판매 목록에 올랐다. 미도양행의 정동파(48)사장은 "2002년 월드컵 대회 때 DM발송(직송메일) 서비스를 했는데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며 "이번에는 시장 차원에서 전자상거래를 도입한 만큼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선희.이원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