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안보다 자족 능력 3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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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세종시 대안과 관련, “원안보다 세 배 이상의 자족능력을 가진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정부가 각종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뮬레이션까지 거쳐 내놓을 ‘신(新) 세종시안’엔 어떤 내용이 담길까.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구상 중인 각종 방안을 정리하면 세 개의 컨셉트(개념)로 정리된다”며 “녹색·지식(과학)·산업이 큰 줄기”라고 말했다.

①녹색도시=세종시를 현 정부가 집중 추진 중인 녹색성장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마침 정부는 최근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그린시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린시티는 건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교통 수단 CO2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도시다. 정부가 세종시를 그린시티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정하면 세종시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각종 녹색산업을 유치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실제 청와대·총리실 주변에선 “현대차가 그린카 연구 센터를 짓기 위해 세종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②지식도시=세종도시를 지식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야 한다. 강태진 서울대 공대학장은 5일 통화에서 과학비즈니벨트화를 전제로 “세종시에 서울대의 ‘우주융합신기술 공동연구원’ ‘F(Future·미래)-랩(연구소)’ ‘해양에너지 연구원’ 등이 들어서면 자족 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지정돼 중이온가속기가 설치되면 KAIST도 ‘입주’ 규모를 키울 수 있다. 고려대도 세종시에 ‘국제과학비즈니스 캠퍼스’(가칭)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또 고려대는 내년에 약대의 설립 인가가 나면 이 단과대를 세종시에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③산업도시=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LG전자의 LCD 공장 유치로 파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라”며 “세종시에도 이런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 참모는 “땅을 싸게 주고 법인세 혜택을 주면 세종시에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LG생명과학이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있고, 총리실이 삼성그룹 등의 의사도 파악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LG 측과 접촉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서울대병원이나 외국계 의료기관 등을 유치해 의료산업의 메카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남궁욱·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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