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2% 부족한 포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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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본선 32강전>
○ 박정환 4단 ● 천야오예 9단

제13보(124~132)=124로 끊었다. 125엔 126으로 틀어막는다. 박정환 4단도 안다. 흑 대마를 잡기엔 백의 포위망이 2% 부족하다는 것을 … . 124가 뒤 공배를 꽉 메워 자충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비극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시위는 당겨졌고 화살은 떠났다. 상대는 수가 강하니까 찾아낼 것이다. 박정환은 ‘옥쇄’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천야오예 9단은 127로 급소를 가격해 온다. 공배가 메워진 백 5점과 왼쪽 백의 절단을 동시에 노리는 수. 가령 A로 지키면 흑이 132에 두어 끝나는 식이다. ‘참고도 1’ 백1이 혹 양수겸장의 묘수가 아닐까. 흑2로 잇는다면 백3으로 끊어 이건 교묘하게도 백이 한 수 빠르다. 그러나 흑은 ‘참고도 2’처럼 두어 올 것이다. 백4의 연결은 필연인데 흑5가 선수여서(이것도 다 공배가 메워진 탓이다) 흑7로 끊어지고 만다.

128의 자살수가 그중에선 최선이다. 129 때 위쪽을 살리고 131을 따낼 때 132로 연결한다. 숨가쁘다. 악전고투 속에서도 백은 극적으로 버텨내고 있다. 막상 흑에도 명쾌한 수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뭔가 일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이건 구경꾼의 심정일 뿐 두 기사의 표정에선 이미 명암이 드러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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