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덕장 텅 비었다…명태값 비싸고 물량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국내 최대의 황태 산지인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이맘때면 마을 곳곳에서 명태를 할복하고 덕에 거는 작업이 한창이어야 하지만 올해는 한가하다. 황태 만들기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덕장 대부분이 텅 비어 있다.

비싼 명태값, 크기가 맞지 않는 명태, 물량 확보의 어려움등으로 황태 만들기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30여개, 20만평의 덕장이 있는 용대리의 경우 현재까지 명태를 걸은 덕장은 2개 정도. 그나마 덕장 전체를 모두 채우지도 못했다. 나머지 덕장은 덕을 세워놓았을 뿐 그대로 비어 있다.

지난해 이맘때의 경우 40% 정도는 명태를 걸었으나 올해는 5%도 채 못 걸고 있는 것이다.

황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북설악영농조합의 경우 지난해 1만2천평의 덕장 가운데 8천평에 1백60만마리의 명태를 걸어 황태를 생산했으나 올해는 아직 명태를 걸지 못했다.

북설악영농조합 대표 김성룡(金成龍.45)씨는 "명태값이 편(45마리 내외)당 2만원 정도라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며 "1월말까지 기다려 보겠지만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황태축제도 열기 어렵다" 고 말했다.

사정은 10여개, 10만여평의 덕장이 있는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일대도 마찬가지. 예년의 경우 이달 10일께부터 명태를 걸기 시작, 이맘때면 덕장의 30%이상은 명태를 걸었으나 올해는 명태를 건 덕장 면적이 5%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황태 만들기 작업이 부진한 것은 명태가 귀해 값이 비싸기 때문. 연근해 명태는 구경할 수 조차 없고 북태평양 원양 명태의 경우도 물량이 달려 1편당 3만8천~4만원이어서 수지를 맞출 수 없자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명태의 크기도 문제. 질 좋은 황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길이 40~50㎝ 정도의 명태가 바람직하나 최근 반입되는 명태는 길이가 60~80㎝로 너무 커 황태로서의 상품성이 없기 때문이다.

13년째 3천평 규모의 덕장을 운영해온 이용운(李龍雲.48.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씨는 "올해는 덕장의 30%도 명태를 걸지 못할 것 같다" 며 "이같은 이유로 내년 황태값도 40% 이상 오를 것" 이라고 말했다.

인제.평창〓이찬호.홍창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