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나우] 샹젤리제 밤거리서 술 마시면 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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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 인근의 생제르맹 데프레 거리. 새벽 1시를 넘어 바들이 문을 닫자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와인병과 위스키병을 옆구리에 낀 젊은이들이 수십 명씩 벤치나 땅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좀 지나자 거리를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질렀고 일부는 술을 마시다 바닥에 누워 잠이 들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본 60대 파리 시민 다니엘 페랭은 “파리는 런던과 달라서 길바닥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요즘은 프랑스의 점잖은 음주 문화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 폭음족들이 늘면서 ‘술을 마실 수 없는 거리’가 속속 늘고 있다. 폭음족들이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르피가로는 “음주가 금지된 거리에서 단속 경찰과 젊은이들이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음주를 제지당한 젊은이들은 여기서 안 되면 남은 위스키 다 마실 수 있는 거리를 안내해 달라고 소리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프랑스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소동을 일으킨 사고는 8만5000건으로 2000년 이후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러자 최근 몇 년 새 대도시 지자체와 경찰이 ‘음주 금지 거리’ 지정을 확대하는 추세다. 파리의 경우 샹젤리제 거리와 에펠탑 인근의 샹드 마르스 등 200여 개 거리와 대부분의 센 강 다리 위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 이 밖에 리옹과 마르세유 등 10여 개 대도시도 술 없는 거리를 도입 또는 확대하고 있다. 가장 큰 국경일인 혁명기념일(7월 14일)과 와인시장이 서는 날을 제외하고는 오후 9시 또는 10시 이후 거리에서 술을 마실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어기고 술을 마실 경우 38유로(약 6만7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길거리 음주는 자정 무렵 상당수 술집이 문을 닫기 때문에 새벽녘에 주로 이뤄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예 초저녁부터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단속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노천 카페에서는 술을 마실 수 있는데 바로 옆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면 단속한다는 게 모순이라는 것이다. 또 경찰이 거리에서 일일이 단속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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