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낙동강 살리기' 매듭 짓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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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 해가 저무는 요즘 모두 마무리에 분주하다.

연말 업무를 결산하고 새해 업무를 계획하는 등 요 며칠 간은 2년을 압축이라도 하는 듯하다.

왜 이렇게 해가 바뀔 때마다 마무리와 시작준비에 바쁜 것일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

또 다른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이 없는 곳이라면 정갈한 마무리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올 연말은 우리가 살아온 그 어느 해보다 각별하게 설렘 속에 맞게 된다.

격동의 20세기를 마감할 뿐만 아니라 인류사의 천년기(千年期)를 마무리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우리 환경행정도 99년을 마감하고 새 천년을 준비하면서 감회가 새롭다.

국내외적으로 환경문제의 양태(樣態)가 위기라고 표현되는 실정이고 보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처지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정성을 쏟았던 대목은 '낙동강 살리기 대장정(大長征)' 에 돛을 다는 작업이었다.

영남의 생명줄이자 영남인의 삶과 문화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현장, 바로 그 곳이 산업화의 이름아래 훼손되고 오염돼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투입된 막대한 수질개선 예산에도 불구하고 계속 쏟아져 나오는 축산폐수.생활하수.산업폐수 등은 강 하류의 수질을 3급수로 전락시켰다.

기존 방식으로는 강을 살릴 길이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영영 회복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우리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에 낙동강을 살려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에 따라 지난 10월 21일 '낙동강 물관리 종합대책' 시안이 탄생했다.

그간 대책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나름대로 지역주민.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도 기울였고, 과학적인 예측기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로 예정됐던 영남지역에서의 세 차례 공청회는 지역주민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환경행정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

더 이상 소수 전문가 엘리트주의로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의견과 필요에 귀를 기울여 글자 그대로 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공청회 무산 이후 정부는 영남지역의 시민단체.언론계.주민들을 만나고 또 만났다.

그래서 낙동강 살리기의 기본방향과 원칙 등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대화를 통해 쟁점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책의 주요 항목을 보면 ▶오염물질 총량관리제도 도입▶취수원 다변화 사업▶하천유지용수 공급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등의 내용이 포함되고,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상세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우리가 낙동강 물 문제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강물은 계속 오염돼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라인강의 경우 스위스.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가 얽혀 있으면서도 이제는 생태계를 살리는 단계에 들어가 물 문제를 거뜬히 해결해 냈다.

하물며 한 나라 한 민족 한 지역에서,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난국을 잘 극복해낸 우리가 낙동강 문제를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난 22일 낙동강과 한강수계의 문인들이 마산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채택된 '맑은 물 사랑 선언문' 은 구절마다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우리 세대의 화합과 우리 후손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새 천년을 맞으며 낙동강 살리기 대장정의 돛을 달자.

김명자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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