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지식강국 선언한 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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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도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나라다.

힌두교의 수많은 신들처럼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1천6백52개 언어, 1백90개 종교, 26개 주(州), 3천7백42개 카스트(계급)로 이뤄진 10억 인구의 거대한 나라다.

시대적으로도 18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한다.

머리는 21세기를 향하고 있으면서 꼬리는 아직 18세기에 걸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산업발전 이란 면에서도 인도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나라다.

전반적으로 국민생활이 세계 최빈국 수준이라 소비재 산업은 동남아 개발도상국에도 못미치는 반면 항공기.인공위성.핵기술 분야 등 첨단산업에선 세계적 수준이다.

특히 21세기 정보화사회의 핵심산업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인도가 보유한 기술.인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지난해 12월 7일자에서 '세계 첨단산업에 두뇌를 제공하는 지식공장' 인 인도공과대학(IIT)을 커버 스토리로 다뤘다.

비즈니스위크는 IIT가 배출한 인재들을 인도 제일의 '수출품' 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월가(街)에 이르기까지 미국 유수 회사들의 상층부를 점(占)하고 있으며, 이들 사이에 강력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컴퓨터 관련산업은 매년 40%의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남부 방갈로르에는 1천7백여개 정보기술업체가 밀집해 인도판(版) 실리콘 밸리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미국 본고장 실리콘 밸리에도 대거 진출해 중국계(系)와 함께 전체 사업체의 25%를 차지함으로써 아시아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엔 Y2K문제 해결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난 90년대초 본격 시작됐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80년대 후반부터 소프트웨어 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선정하고 이를 위해 컴퓨터 과학기술교육, 수출촉진, 전력(電力) 우선 공급, 저작권 보호 캠페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가 차원의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계획(STP)을 추진했다.

지난 96년 인도의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10억8천5백만달러로 이는 91년 수출액의 7배에 해당한다.

인도가 21세기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식강국을 선언하고 나섰다.

아탈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지난 18일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신기술을 바탕으로 초강국 대열에 합류하겠다" 고 선언하고 정보기술산업.생명공학.제약.기업컨설팅.금융서비스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제국주의 식민통치, 빈곤과 기아로 상징되던 인도가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21세기 세계 강대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세계사적 관심 대상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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