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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미·중 정상, 서로 양보해야 회담 성과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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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달 중순 첫 방중을 앞두고 양국 외교관들은 상호 협력 방안들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새로운 협정으로 구체화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합의에 이르려면 양측 모두 전력을 쏟아야 하지만 미국은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코펜하겐 기후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산화탄소(CO2) 감축 목표치를 정하는 게 양국의 가장 큰 숙제다. 미·중은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이다.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은 이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미·중 동반자관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 기대한다. 소련이라는 공통의 위협 앞에서 닉슨과 마오쩌둥(毛澤東)이 힘을 합쳤듯이 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두 나라는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이 상반된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대변해 국가별 탄소배출 목표 책정이라는 족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유럽을 비롯한 선진 산업국가들이 이 문제를 푸는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제적 책임을 다하라는 압박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미국 의회가 탄소 배출 상한선을 정하는 법안을 놓고 미적거리는 중이라 오바마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합동 연구 및 프로젝트들이 최선의 대안이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제거 협력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자부심에 부풀어 있다. 대규모 재정 투입 정책을 동원해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탈출한 첫 번째 국가이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의 상당액을 미국 국채로 갖고 있는 중국 덕분에 그간 미국인들은 상환 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려 물 쓰듯 썼다. 양국 모두 불균형을 시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은 덜 쓰고 더 저축해야 하며 중국은 덜 모으고 더 써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오바마가 불균형을 시정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중국 위안화의 절상을 압박한다면 후진타오 주석은 그러다간 미 국채의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만 초래할 것이라고 맞받아칠 것이다. 둘 다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생각은 없다. 결국 양국 정상회담은 글로벌 경제 회복을 위해 협력하고 양측의 경제 불균형을 조정하자는 원칙을 밝히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문제에서도 후 주석은 6자회담 틀 안에서의 북·미 양자회담 재개를 강조할 것이다. 또 북한의 행동을 바꾸려면 제재보다 경제적 개입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고 말할 것이다. 지난 30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중국은 개혁·개방이 어떻게 국익과 외부 세계에 대한 한 나라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내내 어떤 분열의 양상도 보이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금융위기·북핵 문제 등에서 뭔가 실속 있는 합의를 이루려면 양쪽 다 비용을 치르는 게 불가피하다. 국제 관계에서 중국이 무조건 양보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

수전 셔크 미 캘리포니아대 국제분쟁·협력연구소장
정리=정용환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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