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회고록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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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에 군사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미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로버트 김(한국명 金采坤)이 15일 회고록 '나는 한국인입니까, 미국인입니까' 를 출간했다.

'로버트 김 석방위원회' (공동대표 李世中변호사)가 편찬한 이 책은 로버트 김이 가족 등과 주고받은 옥중서신 20편과 사건개요.심경 등을 담은 3백17쪽 분량이다.

로버트 김은 회고록에서 "나는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지 않았다" 며 "단지 지난 95년 북한 잠수함이 동해로 침투했을 때 미국은 이에 대한 정보를 호주.뉴질랜드 등에 제공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우리 정부에는 전달하지 않아 순수한 마음에서 당시 주미대사관 무관이던 白모 대령에게 관련 서류를 주게 된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미 해군 '정보국에서 컴퓨터 전문가로 일하며 1급 기밀까지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며 "'정보국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던 중 관련 정보를 알게 됐다" 고 정보입수 경로를 밝혔다.

당시 변호사를 구할 돈이 없었던 그는 "미국 재판부가 선임해준 변호사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며 나의 무죄 주장을 묵살해 '무전유죄(無錢有罪)'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며 "나의 죄명은 미국인이면서 조국(한국)을 감싼 '괘씸죄' 였다" 고 주장했다.

또 "부잣집(미국)에 시집온 가난한 처녀(본인)가 친정식구(한국)의 어려운 소식을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라고 절규했다.

그는 "간첩죄로 기소된 뒤 한국 정부가 딸에게 '이 사건이 미국 사법당국에 넘어간 이상 미국의 법 집행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는 내용의 편지까지 보냈다" 며 "당시 딸이 '나는 한국인이에요, 미국인이에요' 라고 물어 왔을 때는 무척 마음이 아팠다" 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교도소에 수감된 뒤 면회 온 부인 장명희씨에게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 며 조국에 대한 사모곡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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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白대령이 보낸 편지도 공개돼 있다. 白대령은 서신을 통해 "개인의 욕망이나 별다른 목적에서 한 행동도 아니고…그만한 내용이 이렇게까지 큰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라고 토로했다.

로버트 김의 부인 장명희씨는 16일 입국해 20일 회고록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정치권과 국민에게 남편의 석방운동에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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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은 96년 간첩죄로 기소돼 징역 9년에 보호감찰 3년을 선고받고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김기찬.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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