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 한성원씨] 컴맹 장애인 돕는 '컴퓨터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장애인들을 교육시켜 E메일로 고마움을 전달 받을때면 특히 성취감을 느낍니다. "

386.486급 구형 컴퓨터를 기증 받아 새것과 다름없이 수리해 장애인.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컴퓨터 천사' 한성원(韓聖源.38.학원강사)씨. 95년부터 기업이나 단체.가정 등에서 기증 받아 봉사활동을 시작한 韓씨는 지금까지 컴퓨터 2백50여대를 이들에게 전달했다.

"우리 주위에서 컴퓨터가 꼭 필요한 사람은 장애인입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 지난 87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지방의 중소기업 전산실에서 근무하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상경해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사무실을 빌려 '컴퓨터 봉사회' 를 만들었다. 여기서 '컴맹의 전화(02-3673-4482)' 와 '중고 컴퓨터 함께 나눠 쓰기 운동본부' 를 운영하면서 자원봉사자 20여명과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은 韓씨처럼 서울 시내 컴퓨터 학원에서 새벽이나 저녁에 강의를 하는 사람이거나 전문 프로그래머들이다.

韓씨는 "처음에는 증권거래소.인텔 한국지사 등 기업에서 많이 기증받았지만 경제난이 닥치면서 거의 끊어지고 개인들로부터 지난해 10여대, 올해는 40여대를 받았다" 고 말했다.

韓씨는 지난 10월 기증을 약속했던 회사로부터 갑자기 "어렵게 됐다" 는 연락을 받고 고아원에서 기다리는 어린이들을 실망시킨 것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올 연말까지 고아원 등서 신청한 컴퓨터는 1백여대지만 재고는 20여대뿐이다.

"전화해 주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는 韓씨는 "아예 쓸 수 없는 컴퓨터를 쓰레기 수거비가 아까워 기증하는 것은 사양한다" 고 덧붙였다.

고수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