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800선 돌파는 외국인들의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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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식을 줄기차게 내다팔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지난달 이후 꾸준히 주식을 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기관들은 8월 중 31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해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회복하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특히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가 주춤했던 8월 후반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기관들이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현물.선물 시장의 주가 차이에 따라 움직이는 프로그램 매매에 의한 자동주문이 주요인이다. 기관이 샀다기보다 컴퓨터가 기계적으로 주식을 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 있다.

프로그램 매수는 선물지수가 현물지수보다 고평가됐을 때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 이런 현상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선물 매수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결국 기관의 주식 매수는 외국인이 촉발시킨 셈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7월 중 선물을 1만2000계약 넘게 순매도했으나 8월에는 2만6000계약을 순수하게 사들였다.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는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내린 8월 중순 이후 집중됐다. 동양종금증권 김규형 선물옵션팀장은 "8월 전반부의 주가 상승은 외국인의 현물 매수 때문이었지만 후반부의 상승은 외국인의 선물매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선물을 사들인 배경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미국과 호주 등에서 내수가 정점을 찍은 것과 달리 우리는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을 외국인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LG투자증권 황재훈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향후 장세를 확신하고 있다기 보다는 선물시장에서 단기매매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의야 어떻든 외국인들이 선물을 사면 기관들도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을 계속 사게 될 것이다. 이래저래 외국인들의 선물 매매 패턴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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