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잘란 사형' 놓고 터키정부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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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앙카라.이스탄불〓외신종합]쿠르드족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에 대한 사형판결이 확정되면서 터키 정부가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국내의 환영 분위기와 국제적 압력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오잘란은 지난 15년간의 독립투쟁 과정에서 3만2천명 이상을 희생시킨 학살자로 터키 언론과 국민에 의해 낙인찍혀 있다. 25일 사형확정 선고가 난 이후에도 숨진 터키 군인들의 친인척들은 조속한 형 집행을 요구하며 인권단체 사무실을 습격하는 소동을 벌였다.

더욱 신경쓰이는 것은 극우정당인 국민운동당(MHP)의 부상이다.

MHP는 지난 총선에서 터키 쿠르드노동당(PKK)에 대한 강경대처를 공약으로 내세워 의석 확대에 성공, 현재 집권 좌익민주당(DSP)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반면 유럽의 정치인과 외교관들은 터키가 오잘란을 실제로 사형시킬 경우 터키의 유럽연합(EU)가입희망은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들은 오잘란의 형 집행 이후 쿠르드 게릴라들이 도처에서 자살적 테러행위를 자행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터키 정부는 일단 오잘란에 대한 유럽인권법원의 판결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오잘란의 변호사들은 사형 확정판결이 내려진 직후 유럽인권법원에 형집행 연기를 요청, 30일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뷜렌트 에제비트 총리는 최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유럽 인권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터키의 경우 사형이 집행되려면 의회와 대통령의 승인이라는 절차을 거쳐야 한다. 터키 정치권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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