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관공서 상대 테러협박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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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달 23일 경기도 광명시 Z도시가스에 전화가 걸려왔다. "관할 구역 상가와 빌라의 가스를 누출, 폭발사고를 내고 탈세사실을 국세청에 제보하겠다" 며 협박하고 1억5천만원을 요구했다.

이후 다섯차례나 협박을 거듭하던 尹모(57.무직)씨가 지난 23일 2천만원을 받으러 나갔다가 잠복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올들어 '건물을 폭파하겠다' '식품에 독극물을 넣겠다' 는 협박이 폭증,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 언론에 공개된 주요 협박사건은 단 2건. 그러나 올해는 벌써 그 열배인 20여건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극심한 경기침체로 기업이 돈을 내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 협박 건수가 적었으나 올들어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협박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경찰청 관계자는 분석했다.

협박 내용도 다양해져 '어린이날 놀이공원을 폭파하겠다' '학생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대학 구내식당을 폭파하겠다' 는 등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수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방법 또한 과거에는 편지나 전화가 고작이었지만 최근에는 E메일 등 최신 통신수단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국가기관에 대한 과감한 테러위협도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신종 협박중 하나. 이미 국방부.미 대사관.금융감독위원회 등이 폭파 협박을 받았는데 해당기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주된 협박 이유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돈을 주지 않으면 판매식품에 독극물을 넣겠다는 위협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협박당한 식품회사만 10곳 이상. 최근 구속된 崔모(39)씨의 경우 식품회사 네곳에 동시에 협박전화를 걸어 수억원을 요구했다. 孔모(47)씨는 3년 동안 하루 최고 5백여통의 협박전화를 걸어 회사업무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협박이 늘면서 업체들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어린이날 폭파위협을 받은 한 놀이공원의 경우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느라 입장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수억원의 손해를 봤다.

지난 6월 "감독을 바꾸지 않으면 그룹 건물을 폭파하겠다" 는 협박을 받은 모 프로야구단은 경찰특공대를 동원, 폭발물 탐지작업을 벌이고 전직원 대피계획까지 세워야만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협박 방식이 한층 교묘해져 검거가 쉽지 않다" 며 협박을 당하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신홍.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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