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국보투수 선동열 은퇴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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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 선동열(37)의 마지막은 그의 현역생활이 화려했던 만큼 대조적으로 어두웠다.

특유의 여유있는 미소와 느긋한 표정 속에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가슴은 울고 있었다.

매일 하던 일을 하지 않게 됐다는 상실감. 그 애처로운 몸부림을 눌러 감추며 '한국야구의 영웅' 은 그렇게 마운드를 떠났다.

22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이토 오사무 주니치 드래건스 구단 대표의 경위설명에 이어 인터뷰에 나선 선동열은 60여명의 보도진을 상대로 차분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1년 정도 선수생활을 더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구단에서는 내년에 선수와 코치를 겸하는 플레잉코치직을 제시했다. 그때 이제 은퇴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나는 선수로서, 투수로서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일본에 왔다. 코치로서 일하러 온 것은 아니다."

- 사전에 구단과 논의가 있었는가.

"지난 16일 이토 구단대표 집을 찾아와 플레잉코치직을 제의한 것을 빼고는 구단과 특별히 논의한 적은 없다. 은퇴 결심은 스스로 내렸다. "

- 시즌 중에도 은퇴를 생각한 적이 있는가.

"지난 6월 세경기 연속 구원에 실패했을 때 호시노 감독과 은퇴에 관해 논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호시노 감독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위로했고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우승이 결정되는 경기에 마무리로 기용해준 호시노 감독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

- 앞으로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할 생각은 없는가.

"없다. 지금이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 지난 4년 동안 일본에서의 선수생활을 어떻게 평가하나.

"첫해는 일본야구를 너무 얕잡아보다 실패했다. 이듬해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노력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일본에 내 이름 석자를 남긴 것을 보람있게 생각한다. 단지 일본에서 1백세이브를 채우지 못하고 98세이브에 그친 것이 아쉽다. "

- 앞으로의 계획은.

"아무런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다. 1년간 푹 쉬면서 앞날을 설계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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