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세포 분화 막는 단백질 역할 밝혀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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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근육의 분화 과정을 결정짓는 단백질을 밝혀내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뉴저지의대 이한솔(35.사진) 박사가 지난 6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근육 분화와 전사 억제 과정에서 히스톤(H1b)과 Msx1 단백질의 역할'이란 논문이 최근 '패컬티1000'(www.f1000biology.com) 사이트에서 '뛰어난 논문'으로 선정됐다. 패컬티1000은 생물학분야의 뛰어난 논문을 발굴, 소개하는 사이트로 1000여명의 교수진이 논문 평가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전체 생물학 관련 발표 논문의 상위 1%에 들어가는 논문을 '뛰어난 논문'으로 가려낸다.

이 박사는 근육세포에서 '링커히스톤'이라는 단백질이 DNA에서 RNA로 전사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특이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링커히스톤은 DNA의 이중나선을 압축시킨 염색체로 만드는 단백질로, 시험관 안에서 다양한 DNA가닥과 잘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물질인 DNA에 수록된 정보는 전사과정을 거쳐 RNA로 만들어진 뒤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로 그 형질이 표현된다. 과학자들은 근육 세포든 뇌 세포든 다양한 형질을 나타내는 이유 중에 하나가 DNA에서 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복잡한 조절과정을 거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링커히스톤이 실제 세포 안에서 DNA의 특정한 부위와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박사는 링커히스톤이 Msx1이라는 단백질과 협동해 근육 분화에 필수적인 단백질(마이오D 유전자)의 전사를 성공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특정한 DNA에 붙어 근육으로 분화하려는 세포를 원상태로 유지하려 한다는 역할이다.

이 박사는 Msx1이란 단백질에 주목하고 있다. 이 박사는 "앞으로 Msx1의 기능을 잘 연구하면 인간이 인위적으로 분화 방향을 조절하고 조직을 재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2000년 서울대 미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그해 7월부터 미국 뉴저지의대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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