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 개인문건이 어딨나"-천원장 정보위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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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7일 국회 정보위에 모습을 드러낸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은 굳은 표정이었다. 안건은 국정원 예산심의였지만 전임 원장인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의 국정원 문건 무단 반출, 6.3 재선거 개입의혹 문건 폭로 등 잇따른 악재탓으로 보였다.

문건사건을 이유로 한나라당이 千원장의 예결위 출석을 요구하는 사태로까지 확대되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평소와 달리 그는 회의 전 여야 의원들과 나누던 티타임에도 끼지 않았다. 대기실에서 홀로 머물다 곧장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회의진행 순서를 놓고 한차례 정회소동을 겪은 후 오후 늦게 정상화된 정보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정창화(鄭昌和)의원은 "국정원이 이런 문건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국정원의 정치개입" 이라며 "문건 작성자 등 관련자를 국정원직원법 위반으로 고발해야 한다" 고 요구했다.

千원장은 "국정원의 공식문건이 아니고 李전원장의 개인문건" 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의원들은 "정보기관 내에 개인문건이란 게 어딨나" "비서도 국정원 직원이고, 원장도 국정원 직원" 이라고 질책했다. 야당의원들은 그러면서 李부총재를 참고인 자격으로 정보위에 부르자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도언(金道彦)의원은 "국회 529호 사건 당시 문건공개를 요구한 야당의원에게 국정원은 비문(秘文)이란 이유로 위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고 지적, 비문관리 대장 사본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건 이런 문건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게 문제" 라는 시각을 보였다.

동시에 여당의원들은 "그러나 국정원과 직접 관련없는 문제로 정치공세를 퍼붓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고 야당의원들에 맞섰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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