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로 난방·발전 … 100% 무공해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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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남쪽으로 30㎞쯤 떨어진 스텐로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삼림욕장에 온 것처럼 공기가 깨끗하고 상쾌했다. 비슷한 모양으로 지어진 단층 집들이 10여 채씩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그 사이에는 들판과 나무들이 온통 초록으로 펼쳐져 있었다.

스텐로스는 친환경 국가 덴마크가 2000년대 들어 시범적으로 만든 대표적인 친환경 마을이다. 태양광으로 난방을 하고 전기도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100% 무공해 마을이다.

◆집집마다 대형 유리창…빗물 받아 샤워=이곳에 사는 보 안데르센(42·가스회사 매니저)의 집을 최근 찾았다. 이날 낮 기온이 섭씨 8도에 바람이 많이 불어 코트를 걸치고도 쌀쌀했지만 안데르센의 집에 들어서자 온실처럼 훈훈한 기운이 느껴졌다.

난방을 얼마나 했는지 묻자 반팔 차림인 안데르센은 “가장 약하게 해도 집안이 이렇게 따뜻하다”고 말했다. 실내 기온은 섭씨 20도를 웃돌았다.

안데르센은 스텐로스 마을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 에겔시가 친환경 마을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해 이곳에 집을 지어 입주했다. 에겔시는 저에너지 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관련 회사들을 소개하고 도면과 함께 견적을 내줬다. 178㎡짜리 집을 20만 크로네(약 4600만원) 정도로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지자체는 건설비용의 10%를 보조해줬다.

안데르센의 집은 거실과 방 네 개, 주방·식당·다용도실·화장실 등을 갖췄는데 집 안 곳곳에 대형 유리 창문이 붙어있었다. 자연 채광이 잘 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흐린 날에도 여간해선 불을 켤 필요가 없다고 한다. 유리창이 많은 경우 열 손실이 우려되지만 특수 제작해 그럴 염려가 없었다. 유리 사이 공간에 공기를 집어넣은 삼중창이었다. 또 여닫이 유리문은 마룻바닥에 밀착돼 바람이 새지 않았다.

지붕에는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돼 있었다. 여기에서 만든 에너지는 집 안의 온수와 난방을 100% 책임지고 있었다. 여름에는 집열판에서 얻는 열을 냉방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안데르센의 설명이었다.

◆가축분뇨 이용한 바이오 가스로 발전도=다용도실에는 빗물을 모아 정수하는 장치가 있었다. 안데르센은 “식수를 제외한 샤워와 빨래, 설거지, 정원 가꾸기 등 집 안에서 쓰는 물의 대부분은 빗물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전기는 인근 마을의 재생에너지 센터에서 공급 받는다. 가축의 분뇨 등을 이용한 바이오 매스로 전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스텐로스로 이사온 뒤 안데르센은 생활비가 크게 줄었다. 그는 “이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따뜻하고 쾌적한 데다 난방비 걱정을 전혀 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겨울 전기료는 한 달에 500크로네(약 12만원) 정도다. 같은 규모 가정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곳에는 현재 150여 가구와 사무실 등 300여 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모두 친환경 건물이다. 에겔시의 자콥 마드센 기술국장은 “스텐로스와 같은 에코 타운을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텐로스(덴마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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