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파괴 이색 모의재판 … 충주고 · 충주여고 합동 NIE 현장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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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사 : 피고 네티즌에게 질문하겠습니다. 피고는 컴퓨터 대화방에 들어가 이른바 채팅을 하면서 어솨요.방가요.안냐세요 등 표준어와 거리가 먼 국적불명의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까.

▶피고 :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검사 :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6일 네티즌들의 '한글 파괴죄' 에 대한 모의재판이 열린 충주고등학교 강당. 충주여고(교장 심상래)와 충주고(교장 김진달) 국어교사들이 NIE를 중심으로 한 국어교육 성과를 점검하는 이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연방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국어교과서와 씨름하는 졸린 수업을 '체험 중심의 살아있는 언어교육' 으로 탈바꿈시킨 '신문사랑 국어교육연구회' 의 주역은 충주여고 윤웅이.김영헌 교사와 충주고 변장섭.이범철.김길영 교사 등 5명. 지난 4월부터 20여차례에 걸친 워크숍과 세미나 및 토론회를 거치면서 두 학교 1학년 7백77명을 대상으로 ▶신문 사설 노트 ▶스크랩 ▶신문 만들기 ▶모의재판 등 읽기.쓰기.말하기가 한데 어우러진 적극 참여형 수업모형을 개발했다.

우선 학생들이 각자 사설 노트를 마련, 매주 신문 사설을 하나씩 골라 오려붙이고 문장의 개요와 필자의 주장.근거를 분석한 다음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도록 했다. 어휘력.분석력.독해력과 함께 논리적 사고력과 논술 작성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또 매주 2명씩 번갈아 자신의 사설 분석 내용을 발표토록 했다.

신문을 보면서 유독 관심이 끌리거나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기사들을 스크랩해둔 다음 8~10명씩 동아리를 만들어 신문을 만들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비상구' '솜솜' '신출내기' '물한모금' '짱' 등의 이름으로 태어난 동아리신문이 각각 세번씩 발행됐다. 창의력과 공동체의식을 기르기 위한 이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의 미적 감각도 크게 높아졌다는 자체 평가다.

그런가 하면 신문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며 익힌 언어감각을 총체적으로 발휘한 활동이 바로 모의재판. 국어교과서의 '언어와 국어' 라는 단원을 컴퓨터통신언어에 대한 모의재판을 중심으로 익힌 셈이다.

"우선 교과서 내용을 원래대로 다 가르치면서 진도를 맞춰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헤어나야 수업에 생기와 변화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 단원을 통해 학생들이 익혀야할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만 있다면 교사들은 얼마든지 다양한 자료나 방법을 구사하라는 것이 열린 교육의 기본정신 아닐까요□" 충주여고 윤웅이 교사는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는 NIE 활동을 바탕으로 모의재판을 열도록 한 것도 학생들이 언어생활의 주체가 돼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다양한 견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 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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