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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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KBS1 밤10시35분. 96년 사망한 폴란드 출신 크지스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작품. TV용 연작 '십계' 중 6편 '간음하지 말라' 를 영화용으로 재편집했다.

재편집 과정에서 내용도 바뀌었는데, 결론이 다소 모호한 '간음하지…' 와는 달리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교차하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단절된 세상에서 극도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남녀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는 '훔쳐보기' .이 작품은 흔히 변태적인 관점에서 다뤄지는 '훔쳐보기' 도 진정한 사랑의 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체국 직원인 19세의 토메크는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연상의 독신녀 마그다를 망원경으로 몰래 훔쳐보며 사랑을 느낀다.

마그다를 마음 속으로 흠모하게 된 토메크는 그녀의 아파트에 우유를 배달하고,가짜 송금표를 만들어 그녀를 우체국으로 오게하며, 마그다의 편지를 훔치기도 한다.

또 마그다가 사랑을 나눌 때 가스 고장 신고를 하는 등 항상 그녀의 곁을 맴돈다.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게 된 토메크는 마그다가 자신의 진실된 사랑을 육체적인 욕망으로 받아들이자 동맥을 끊고 자살을 시도한다.

영화의 은은한 분위기가 시종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산세바스찬 영화제와 상파울루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원제 A Short Story About Love.88년작. 85분.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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