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한진 수사] "한진, 여러명에 골고루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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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진그룹 사주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관계로 번지고 있다.

11일 조양호(趙亮鎬)대한항공 회장의 구속으로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 부분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한진측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새로운 '현안' 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은 정치권이나 공무원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의식한 듯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관계 로비의혹은 큰 기업을 수사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 아니냐. 아직 검찰은 구체성과 합리성을 갖춘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과정을 들여다 보면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특히 관가에선 낙마자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검찰은 지난달 4일 수사 착수 이후부터 줄곧 한진측이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에게 로비를 벌였는지를 집중 추궁해왔다. 탈세 혐의와는 관계가 별로 없는 ㈜한진의 黃모 부회장을 소환조사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검찰은 한진그룹 내에서 '여의도(정치권)담당' 으로 불렸던 黃부맛揚?불러 48시간 가까이 추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黃부회장은 검찰에서 "국회 건교위 소속 의원들에게 그리 많지 않은 금액의 돈을 골고루 돌린 정도" 라고 거액 로비설을 부인한 뒤 여당 중진 등 의원 수명을 거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사관계자는 "한진측은 한명에게 거액을 주는 대신 여러명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로비 방식을 택했던 것 같다" 고 말해 관련자가 적지 않음을 암시했다.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는 한걸음 더 진전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비자금 모계좌에서 흘러나온 수표 수십장을 확보, 역으로 계좌 추적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달 한진측이 운영해온 비자금 전체 규모를 파악하고 정.관계로 흘러들어간 물증을 찾겠다는 것이다.

특히 6천만원이나 되는 문제의 수표는 건교부 1급 공무원이 한진측으로부터 1년여에 걸쳐 받았다가 한진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발표 직후 고스란히 되돌려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밖에도 전직 1급 공무원이 대한항공측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았으며 중간 간부급 공무원 수명의 떡값 수수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직 차관급 인사 1명도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더구나 검찰이 구속된 趙회장 등을 상대로도 로비 부분을 캐고 있어 수사 진전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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