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북 하우스' 그림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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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우리 삶과 그림이 중심되는 곳에서 세계화가 시작됨을 그린 이종구씨의 ‘남남북녀’.

경기도 파주시 예술마을 헤이리에 복합문화공간 '북 하우스(BOOK HOUSE)'를 지은 한길사(대표 김언호)가 개관기념전으로 '이종구-땅의 정신 땅의 얼굴'을 마련했다. 4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리는 이 특별전은 화가와 출판공간, 그림과 책이 만나 이룬 행복한 문화마당이다.

이종구(50.중앙대 서양화과 교수)씨는 지난 20년 창작활동을 돌아본 보고서를 쓰고 그림을 내놨으며, 한길사는 그 글을 받아 책을 꾸미고 그림을 갈무리해 전시장을 꾸몄다. 활자와 이미지가 아귀가 딱 맞았다. 북녁 땅이 보이는 통일동산에 자리잡은 헤이리에서 평생 이 땅을 그려온 이씨의 작품전이 열리는 것도 맞춤하다.

고향인 충남 서산 오지리에서 농부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쌀부대종이에 그리기 시작한 이후 이종구씨는 남이 뭐라든 농촌과 농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해왔다. "내가 지금까지 그려왔고 또 앞으로도 그려갈 세계란 오직 땅의 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 그의 목소리는 굳세고 꼿꼿하다. 남북 지도 위에 값싼 플라스틱 슬리퍼와 검정 고무신을 올려놓은 '남남북녀'는 우리 삶과 그림이 중심 되는 곳에서 세계화가 비롯되었으면 하는 화가의 희망을 담고 있다.

이종구씨는 아버지가 땅을 판 바로 그 모습을 따르듯, "현실의 노동처럼 나는 이미지를 위한 수공적인 노동을 균등하게 실천하고 싶었다"고 글에서 털어놨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농촌이든, 국토의 전반이든, 제3세계의 현실이든, 상처난 세계를 그리는 데 작업의 중심을 두겠다는 화가의 뚝심이 농부의 그것처럼 우직하다. 031-949-9303.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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